새해에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길
책 만드는 일과 마케팅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나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은 둘 다 재미있고 좋습니다. 좋지요. 좋은데, 피곤하고 무거운 머리로 잠자리에 들 때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느낌이 이상한데, 설마 또 시작되는 거 아냐?
이 지겨운 우울증의 시작은 번아웃이었습니다. 원래부터 일을 많이 하는 편이라 워커홀릭 소리를 듣긴 했지만, 몇 년 전 모종의 사건 때문에 몇 배로 에너지를 쏟아야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1년 넘게 아등바등했더니 어느 정도 정리가 되긴 했는데, 약간의 여유가 생기자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말 그대로 아무것도.
밥 먹을 힘도 없고, 휴대폰 들 힘도 없어서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만 있었습니다. 기운이 약간 돌아왔을 때 가까스로 찾아간 병원에서 번아웃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몇 년간은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라서, 비슷한 증상이 느껴지면 아무래도 겁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우울증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평생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입니다. 지금은 약을 끊었지만 언제 또 악화되어서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르지요. 마치 고무줄처럼, 아무리 탄력이 좋아도 계속 팽팽하게 잡아당긴 채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놓아도 이미 늘어나버려서 예전의 탄력을 유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주기적으로 치유의 시간을 갖곤 합니다. 대단한 건 아니고요, 그냥 머리를 비운 채 아무 생각 없이 본능에 충실한 시간을 갖는 겁니다. 살찔 걱정 따위 하지 말고 마구 먹어제끼는 것. 유치한 B급 코미디 영화나 유튜브를 보면서 낄낄대는 것. 청소나 설거지 따위는 내버려둔 채 따뜻한 이불 속에서 하루 종일 뒹구는 것. 이런 게 저의 치유법입니다. 무기력감이 나를 삼키려고 할 때, 오히려 내가 더 무기력해져 버리는 전략이랄까요. 적어도 저에게는 경험상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치유의 시간을, 바쁘다는 이유로 한동안 갖지 못하고 있으니 슬슬 컨디션에 한계가 올 수밖에요. 안되겠습니다. 아무래도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어요. 때마침 설연휴가 다가오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번 연휴에는 하루 날잡아서 제대로 늘어져봐야겠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약간의 우울감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료를 받을 정도냐 아니냐의 차이겠지요. 아마 여러분도 각자의 크고 작은 우울감에 맞서 하루하루 용감하게 살아가고 있으실 겁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장하시고요.
그렇지만 이런 말뿐인 위로보다 스스로에게 하루 정도는 푹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참 좋겠습니다. 때마침 연휴가 다가오잖아요. 그중에 하루만, 아니 단 몇 시간만 빼서 그냥 멍때리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각자의 상황은 다를 겁니다. 어떤 사람은 24시간 돌봐야 할 가족이 있을 것이고, 휴일에도 일을 해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저한테 팔자 좋은 소리 한다고 욕하셔도 좋으니까, 그럼 딱 한 시간, 아니 30분만이라도 시간을 내보시라는 말은 꼭 하고 싶습니다. 하다 못해 편의점 밖 테이블에서 캔커피라도 한잔 하시면서 멍을 때려보세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겪어보니 알겠습니다. 건강이 꼭 몸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당뇨나 고혈압이 오지 않도록 주의하듯, 번아웃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안 그러면 평생 고생해야 하거든요. 저의 마음건강이 소중한 것처럼, 여러분의 마음건강도 소중합니다.
모쪼록 새해에는, 아니 새해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당장 이번 연휴에는 여러분의 마음이 모두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