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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현 Sep 11. 2023

Weekend.

Weekend? Week and?

나는 종종 주말에 출근을 한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거기 블랙기업 아냐?’란 생각이 먼저 들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회사에서 시켜서 억지로 출근을 하거나 업무량이 너무 과도해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나오는 게 아닌, 자발적으로 회사에 나와 업무를 보는 경우가 절대다수다. 이렇게 사족을 달게 되면, ‘일이 너무 많은 거 아냐?’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 생각한다.


나는 매거진 에디터다. 발행 시기가 도래하면, 크고 작은 취재로 사무실 밖으로 향할 일이 생긴다. 아무리 녹음을 하고, 노트에 빼곡히 내용을 채운다 해도 나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그때그때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정리해둬야 직성이 풀리곤 한다. 하루 이틀 기사 작성을 미루다 보면, ‘이런 내용은 녹여내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들도 금방 휘발되어 사라지기 때문이다. 설령 기억이 남아 있다 해도, 마음 한편에 자리한 조바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왜 그렇게 서두르냐

  

누군가 여유로운 마감 일정인데 왜 그렇게 일하냐 묻는다. 그럼 그저 ‘제 욕심 때문에 그래요’라며 적당히 둘러대곤 한다. 왠지 모르게 ‘시간에 쫓기는 것도 싫거니와 데드라인보다 미리 일을 끝내놓는다면, 그만큼 글을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점 때문에 그래요’라고 솔직히 털어놓지 못했다. 지금보다 일이 더 생길 것 같다는, 프로(?)답지 못한 생각이 더 컸는데 말이다. 

   

과장님, 워커홀릭이시죠?  


얼마 전, 취재 현장에서 만난 클라이언트가 내게 물었다. 주말에 나와 기사좀 정리해야 겠다는 내 말에 대한 질문이었다. 스스로가 워커홀릭이라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도 놀기 좋아하고, 주말엔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 질문에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저 질문이 정말 순수한 질문일지, ‘우리 매체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다니 감사하다’란 긍정의 메시지였을지,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 그렇게 너의 시간까지 반납해가며 일을 하느냐’란 속뜻이 내포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클라이언트가 던진 질문이 가시 돋친 의미가 아니란 것은 알고 있다. 나는 그저 주어진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주말 출근도 나의 부족함에 기인한, 보다 나은 콘텐츠를 짜내기 위한 스스로의 궁여지책이었다. 누군가에겐 작은 것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는 이처럼 보이거나,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퀄리티가 그것밖에 안 돼?’처럼 다소 꼬인 시선이 될 거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사실, 내가 담당한 매거진이 독자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알아보려 한 적은 없다. 매거진을 구독하는 독자들이 재밌게 읽건, 그렇지 않건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보다 나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은 한다. 발행된 매거진을 분석하며 피드백하며, ‘이건 이 부분을 좀 더 살려볼걸’과 같은 평가와 분석 말이다.


남이 어떻게 평가하던, 나 스스로에게 떳떳하면 그만 아닌가?     


클라이언트의 질문 한 줄이, 나에게 두 가지 화두를 던져주었다. 커리어 측면에서는 어찌 됐든 내 개인적인 시간을 반납한 만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까지 시간을 투자했는데도 결과가 별로일 수도 있다는 것.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국 이 난제의 발단은 퀄리티를 향한 내 개인적인 욕심에서 기인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찌 됐든, 나는 직장인이다. 다른 수입을 확보하지 않는 한 박봉의 월급에 고민하고, 많건 적건 내게 떨어진 업무에 치이는 삶을 살아내야 한다. 10년? 20년? 직장인 타이틀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언젠가 나의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보다 나은 퀄리티를 내지 못해 부끄러움은 남을지언정 나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나는 주말에 회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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