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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현 Sep 08. 2023

[기고] AT-99 스콜피온 건쉽 이야기

'구식' 다목적 수직이착륙기의 대활약

인류와 외계종족의 대결을 다룬 SF영화는 많다. 

대개의 작품은 인류를 방어자로, 외계종족을 침략자로 설정하지만, <아바타>는 그렇지 않다.

지구와 멀리 떨어진 외계행성 '판도라'. 생존권을 두고 경쟁하는 두 종족의 대결 속 '스콜피온' 이야기를 살펴보자.



외계 행성 개척에 나선 인류

<프레데터>, <우주전쟁> 등의 공상과학영화는 외계 침략자에 맞서는 인류가 스토리 전개의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는 그렇지 않다. 인류가 침략자가 되어, 토착 외계종족인 '나비족'과 생존권을 두고 경쟁한다는 점에서 꽤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주인공을 위시한 나비족에게 패해 떠나갔던 인류가 다시 돌아와 본격적인 행성 테라포밍을 시도하는 만큼, 향후 스토리 전개가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가까운 미래, 인류는 황폐해진 지구를 뒤로하고 유독성 대기로 가득한 행성 '판도라'에서 자원 채굴을 시작한다. 토착 원주민 나비족은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인류는 나비족과의 상생을 위해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 그러나 두 종족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각종 첨단기술로 무장한 인류에 의해 그들의 생활터전인 '홈 트리'가 파괴된다.


<아바타> 세계관에서는, 그간 고등 종족의 전유물로 여겨진 고도화된 기술력이 인류의 상징으로 대변된다. 유독성 가득한 대기, 문명의 수준은 원시적이나 수적 우위를 지닌 적대적인 토착민, 인간의 몇 배에 달하는 거대한 야생동물까지. 인류는 이런 가혹한 환경을, 우월한 기술력을 앞세워 생존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전에서는 제공권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전쟁사에서 항공기가 등장한 것은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항공전력의 확보 여부가 전쟁의 승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한 요인으로 떠올랐다는 뜻이다. 실제로 <아바타> 속 인간과 나비족의 크고 작은 충돌에서도 이런 공중전이 꽤 비중있게 다뤄진다. 이런 점에서, 판도라의 인류에게 아마 가장 큰 도움이 됐던 자산을 꼽자면 다목적 수직이착륙기 'AT-99 스콜피온 건쉽'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세계관 설정에 따르면, 이 스콜피온은 이미 지구에서는 쓰이지 않는 '한물 간' 기종으로 나온다. 이런 스콜피온이 어떻게 판도라에서 지구의 최신 항공기를 제치고, 주 전력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행성 개척의 핵심 전력

아바타 세계관의 상세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아바타피디아(avatar.com)에는 스콜피온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나와 있다. 먼저, 쌍발 틸트로터 추진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탑재된 엔진은 각각 1,970마력의 터빈 엔진이 장착돼 있다. 스콜피온은 이 강력한 엔진을 바탕으로 지구에서는 약 352km/h로 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판도라에서는 고밀도의 대기가 유발하는 큰 항력으로 순항속도는 약 185km/h, 최고속도는 약 259km/h로 제한된다. 항속거리는 연료·무장 만재 기준 1,200km, 최대 상승속도는 분당 545m로 오늘날 군용 헬기와 비슷한 수준의 스펙을 자랑한다.


조종의 경우 실제 헬기와 유사한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판도라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자동조종은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조종사의 육안 및 계기비행, 캐노피 전방에 장착된 HUD 인터페이스에 의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쉬운 부분은 영화 설정 속 지구에서 사용 중인 항공기에 대한 설정은 따로 밝혀진 것이 없어 스콜피온과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다만, 설정에 따르면 판도라 개척 초기만 하더라도 인류는 구형 기종인 스콜피온을 도입하는 데 회의적인 목소리가 더 컸다고 한다. 아마도 21세기에 설계된 데다 직접 탑승할 조종사가 필요한 유인 항공기란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무인 항공기가 주력으로 대체된 만큼 스콜피온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소수만이 운용되었을 것이며, 그렇기에 구형이 되어버린 스콜피온이 갖는 경제성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판도라에서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강력한 자기장과 공중산맥 사이를 흐르는 변덕스러운 와류는 스콜피온의 신뢰성과 내구성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당시 EMP 무기가 주력으로 사용되던 시대적 배경 상, 플라이 바이 라이트(Fly-by-Light) 조종 방식을 채택한 것이 스콜피온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온갖 첨단사양으로 무장한 무인기가 판도라의 자기장 속에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판도라 인류의 안전과 자산을 보호하며 훌륭히 임무를 수행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항공안전기술원 소식지 <K-UAM 매거진>에 게재한 필자의 글을 재구성해 업로드합니다.

https://kiast.or.kr/kr/sub02_05_01.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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