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동현 Sep 01. 2023

[기고] 도심형 개인비행기, '스피너' 이야기

현실로 다가온 도심항공교통

SF영화의 단골 소재인 개인형 비행기.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도심의 하늘을 나는 운송수단을 곧 일상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된다. 

2025년 상용화를 앞둔, 지상을 누비는 자동차처럼 대중적 교통수단으로 자리할 수도 있는 UAM 이야기다.


도심형 개인비행기, <블레이드 러너> 스피너

지난 2017년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 2049>. 1982년 처음 스크린을 탔던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작이 30년 만에 돌아왔다. 핵전쟁 이후 혼돈의 세계를 담은 원작과 달리 인간과 레플리칸트의 대결을 보다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중 눈길을 끈 것은, 세계관 속 개인비행기 '스피너'다. 일반적인 자동차처럼 지상 주행은 물론, 수직 이착륙 비행이 가능한 교통수단. 전작과 본작의 주인공 '릭 데커드'와 'K'는 이를 타고 도심 곳곳을 누비는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선 다양한 스피너 모델들을 만나볼 수 있다. 2인승 쿠페, 4인승 세단 외에도 웨건에 가까운 형태를 띈 대형 스피너도 존재한다. 그밖에도 경관들이 사용하는 경찰용 스피너처럼 특수 목적을 가진 스피너도 다수 존재한다. 특히, 경관용 스피너는 좀 더 둥글한 외형에 경광등이 달려 있어 주인공 'K'가 사용하는 날카롭고 날렵한 인상을 주는 것과는 대비되는 점도 또 하나의 포인트. 전작을 즐겼던 이라면, 무척 반가운 장면도 찾아볼 수 있다. '데커드'의 은신처 한편에 놓여 있는 전작의 그 스피너를 말이다. 비록 전작의 스피너가 비행하는 장면을 만나볼 수 없단 점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AV-8 해리어'에서 영감을 얻은 스피너의 탄생

스피너는 당대 유명한 수직이착륙 전투기 AV-8 해리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터빈 제트엔진을 통해 추력을 얻는, 동력-리프트 방식과 유사한 특성을 갖추고, 수직이착륙과 제자리 비행이 가능한 점을 차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피너의 전체적인 구조는 차체 후방에 터빈 제트엔진과 배터리팩이 설치되어 있어, 지금의 하이브리드 방식 자동차와 유사한 설계적 특징을 지닌다. 전륜은 발전기 및 배터리팩에 연결된 전동기를 통해 구동되고, 후륜은 터빈 제트엔진에서 동력을 공급받는다. 어찌보면 AWD 파워트레인 구조와 유사해 지상 주행 시 오프로드도 수월하게 돌파해낸다. 여기에 후속작에는 전작에 없던 자율비행 기능도 추가돼 보다 진보한 기술력도 적용됐다. 이 외에도 주변 차량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안구 스캐너, 필요 시 정찰을 보낼 수 있는 AI 드론 '파일럿 피쉬'가 내장돼 있어 직접 움직이지 않고도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


UAM 도입을 위한 준비

2021년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약 2,491만 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만큼 자동차 구매·이용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동시에 늘어난 자동차의 수만큼 교통체증도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미 일상에서 겪고 있는 교통체증은 수용한계를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지상 교통수단은 지리적·기술적 한계로 획기적인 발전이 더는 어렵다는 평가도 일부 존재한다. 도심 교통의 다양성 확보, 빠른 이동을 위해 헬리콥터 등 대안도 모색했었다. 그러나 아직은 높은 가격과 소음, 연료비 등의 이유로 대중화는 요원한 상태.


국내에서는 민관 협의체인 'UAM Team Korea'가 발족돼 UAM 생태계 구축을 주도하고 있지만, <블레이드 러너> 속 스피너와 비교했을 때 그 기술력은 아직 상용화 이전의 초기 단계다. 메인이 될 기체 설계·운용은 물론 탑승시설, 항법, 통신, 관제, 보안 등 기타 제반시설도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상태다. 철도, 지하철 등 지상 교통수단과의 환승도 고려해야 한다. 효율적인 운항을 위한 광역환승센터가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과거 '수상택시'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까 싶다.


기후위기에 따른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한 구동방식 역시 해결해야 할 마일스톤 중 하나다. 다행스럽게도 UAM은 전기구동을 기반으로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전기자동차의 기술 발전 속도 등에 빗대었을 때 배터리, 충전시설 등 핵심 기술력도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기술확보를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높은 성장 잠재력으로 주목받는 UAM. 영화에서처럼 도심의 교통체증을 피해 도심의 하늘을 날 UAM에 앉아볼 날을 기대해본다.



항공안전기술원 소식지 <K-UAM 매거진>에 게재한 필자의 글을 재구성해 업로드합니다.

https://kiast.or.kr/kr/sub02_05_01.do


[UAM in 미디어]

1. 도심형 개인비행기, '스피너' 이야기

2. AT-99 '스콜피온' 건쉽 이야기

3. '버블쉽' 이야기

4. 'QZ 618 갤럭틱 인포서' 이야기

5. '퀸젯' 이야기


매거진의 이전글 [기고] 인공지능이 이끌 바이오·의료 혁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