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블랙> 요원들의 든든한 조력자
‘우리의 이웃, 친구, 직장 동료가 사실은 외계인이라면 어떨까. 그리고 이들이 대중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기밀조직이 실존한다면?’ 이라는 기발한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가 있다.
바로 지구 속 외계인과 이를 관리하는 조직을 다룬 영화 <맨 인 블랙>. 영화에는 매 시리즈마다 플라잉카가 등장한다. 탑승한 요원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평범한 자동차가 지구 곳곳을 순식간에 오가는 멋진 플라잉카로 변신한다.
MIB 요원을 위한 이동수단
<맨 인 블랙> 시리즈의 상징물을 꼽자면 단연 검은 수트를 멋지게 빼입은 요원들, 기억을 지우는 장치 '뉴럴라이저' 두 가지가 떠오른다. 이 두 가지 만큼은 아니더라도 시리즈에 꾸준히 개근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요원들의 이동수단 '플라잉카'다. 평소에는 일반적인 자동차처럼 도로 위를 주행하다 필요시 간단한 버튼 조작을 통해 순식간에 멋진 제트기로 변신한다. 세계 곳곳을 누비는 <맨 인 블랙> 시리즈 ‘플라잉카’의 변천사를 살펴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매 시리즈마다 조금씩 최신 모델로 업그레이드된 플라잉카. 평소 자동차 브랜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1960년대 클래식 모델부터 2010년대 고급 스포츠 쿠페 모델에 이르기까지 꽤 다양한 모델이 스크린을 장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모델은 포드의 ‘갈라시아’와 후속 모델인 ‘크라운’, 벤츠의 ‘E-500’, 토요타의 ‘렉서스 RC F’ 등이 아닐까 싶다.
지구 곳곳을 누빈 미래 모빌리티
가장 최근 시리즈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에 등장한 플라잉카, 렉서스 'QZ 618 갤럭틱 인포서’는 ‘Quasa Power Source’라는 첨단 기술이 적용되었다고 한다. 외계인의 첨단기술 덕분에 은하핵의 힘을 이용할 수 있고, 0.000000000000001나노초 단위로 216km/h의 속도로 가속이 가능해 단 몇 초 만에 우주 어디로든 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드넓은 우주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우주 위치추적시스템(IGPS)가 제공된다. 또한, 함께 내장되어 있는 음성인식기술은 약 7조 가지의 언어를 이해하고 통역할 수 있어 MIB 요원들이 보다 수월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우주의 모든 체형을 수용할 수 있는 31점식 안전벨트 등 안전사양도 갖춰져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첨단 플라잉카라고 할 만하다.
<맨 인 블랙> 시리즈의 주 무대는 미국 뉴욕.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도시이자 미국 내 금융,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그렇기에 1,600만 명이 넘는 방대한 인구활동에서 야기되는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서 지상 모빌리티만을 이용해 이동한다면, 글쎄, 1분 1초가 중요한 MIB 요원들들이 임무에 성공할지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자.
영화 속 플라잉카는 지구 곳곳을 누빈다는 '모빌리티'의 본질에 충실한 편이다. 물론 초기 뉴욕에 한정되었던 영화 속 배경이, 속편을 거듭할수록 점차 세계 주요도시 등지로 넓어지긴 했다. 그럼에도 '모빌리티'라는 근본은 변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며 보다 세련된 기술력이 적용되긴 했어도, 플라잉카를 타고 공중전을 벌인다든지(?) 하는 설정 파괴는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맨 인 블랙>은 좋아하는 배우와 재미 있는 스토리로 꽤 즐겁게 봤던 영화로 기억한다. 그래서일까. 뒤로 갈수록 조악해지는 스토리 전개와 당시 헐리우드를 휩쓸던 '정치적 올바름' 이슈로 시리즈의 인기가 점차 사그라드는 것이 안타깝다. '이동'이라는 본질을 잃지 않아 꽤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은 플라잉카처럼, <맨 인 블랙> 시리즈도 '재미'라는 상업영화의 초심을 되찾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