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구 시가지, 오늘의 첨단 방콕

#3. 본격 태국 음식 먹부림 대장정 이라고나 할까.

by 김현임

어제가 방콕의 구 시가지 탐방이었다면 오늘은 첨단 방콕을 경험해 보자며, 늦은 밤 숙소에서 김 과자(한류 열풍 덕에 슈퍼주니어 멤버가 모델인 ‘맛있다’라는 김 과자가 유행이다. 그런데 웬걸, 현지인보다 우리가 더 열광하며 사 먹을 줄이야. 조미를 첨가한 튀긴 김에 빠져, 우리는 여행 내내 숙소에 돌아와 이 김 과자를 먹기 바빴다.)를 씹으며 정한 루트를 실행에 옮겼다.


방콕의 지하철 BTS라인의 칫롬역과 프론칫역 사이에 위치한 ‘센트럴 엠바시’가 그 첫 여정의 시작. 이곳에서 브런치를 먹자는 것이 우리의 이튿날 첫 번째 계획이었다. 타이 마사지로 몸상태가 호전되었지만 여전히 불편한 위가 혹여 멀미를 일으킬까 조심스러워 택시에 오르기 전 얼음물을 소중히 챙겨 두었다. 일단 멀미를 시작하면 뭐든 마셔야 가라앉기 마련이니까. 방콕 도심의 교통은 택시와 오토바이, 그리고 뚝뚝이 한데 뒤엉켜 어마어마한 교통체증으로 유명하다. 평일의 늦은 오전이지만 역시나 도로는 온갖 교통수단으로 가득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위장의 인내심에 한계를 느낄 때쯤 우리는 센트럴 엠바시에 도착했다.


IMG_7762.JPG 센트럴 엠바시의 감각적인 건축 구조.


과연 오늘은 첨단 방콕이구나. 어마어마한 크기의 건물은 외관부터 화려했다. 쇼핑몰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그것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무엇보다 사람이 없다. 바글바글와글와글한 한국의 쇼핑몰이 아니다. 이곳은 정말 상류층의 쇼핑공간이라고 해야 할까, 층마다 들어선 명품샵의 규모와 인테리어는 일반 백화점보다 고급스럽다. 그리고 굉장히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쇼핑몰이라고는 하지만 아주 쾌적했다. 실제로 여행객들이 쇼핑을 하는 곳은 씨암 파라곤이나 터미널 21(BTS아쏙 역에 있는 이곳은 여행 중 굳이 시간을 내어 방문할 만큼은 매력적이지 못하다. 중학교 때 방문했던 명동의 밀리오레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이 훨씬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 센트럴 엠바시는 부유층을 타깃으로 특화시킨 공간이 맞는 것 같다. 여유롭고 고즈넉한 쇼핑을 즐기기에 이보다 적당할 수는 없으리라. 물론 돈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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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튼 그렇게 명품샵들을 쌩하니 지나치며 우리가 찾은 곳은 브런치를 위한 카페, ‘로켓’이었다.

인테리어와 공간의 분위기는 공간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긴 한국의 카페와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달랐다. 그 다름이 단지 이곳이 방콕이기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긴 이동시간에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우리는 서둘러 메뉴를 탐독했다. 메뉴를 정하면서 우리가 정한 규칙, 오늘은 돈 생각하지 말고 첨단 방콕을 즐길 것. 그렇게 시작부터 거창한 우리의 첫 끼는 수란이 곁들여진 토스트와 순두부를 닮은 현지식 퓨전 요리, 그리고 호텔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화려한 플레이팅의 라즈베리 셔벗이었다. 호기롭던 의욕보다는 어쩐지 다소 소박하지만. 그렇게 우리는 침착하게 포크를 놀리며 눈을 즐겁게 하는 브런치로 배고픔만을 달래고 점심식사부터는 본격적인 먹방을 찍겠다는 각오를 다시금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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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식사를 마무리 한 뒤 카페와 맞닿아 있는 편집샵을 구경했다. 외국 유명 디자이너의 의류와 소품이 가득한 공간에서 심미안을 잔뜩 충족시켜주는 동안 나는 그곳에서 인생템을 발견하고 말았다. 어제, 그러니까 왕궁을 돌아보던 때 실수로 선글라스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나는 선글라스가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미세한 무언가가 세차게 튀어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치 슬로우 모션으로 촬영한 듯. 그 찰나의 순간 이 선글라스는 운명을 다 했음을 직감했지만 다리가 덜렁거리는 선글라스를 집어 올리는 손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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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뜨거운 방콕을 앞으로 선글라스 없이 어떻게 버티면 좋을까! 한숨을 내쉬며 도로 가방에 집어넣은 야속한 선글라스. 그렇게 내구성이라곤 하나 없는 물건의 시체를 숙소에 두고 나오며 절망했는데, 오늘, 여기서, 운명의 선글라스를 만나고 말았다. 얼굴형에 맞으면서도 마음에 쏙 드는, 그렇게 오랜 시간 손때 묻을운명의 선글라스는 쉽게 만나지는 것이 아닐 텐데! 모양이며 소재까지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만나고 만 것이다. 그것도 선글라스를 하늘로 보낸 지 하루 만에. 이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물건이라는 것은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다. 이렇게 써보고 저렇게 써봐도 이쁜 것.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오늘 끝내 이 것을 사지 안(못)을 것이라는 것을.


IMG_7777.JPG 로켓의 야외테라스에서 바라 보이는 방콕 시내의 전경. 곳곳에 건물을 올리는 모습이 하나 둘 보인다. 이곳도 일년 뒤, 이년 뒤가 새삼 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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