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길

#5. 태국의 겨울(그래도 여름)을 만끽했던 그때 그 골목.

by 김현임

아껴두던 카페가 갑자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게 되듯 이곳 역시 그저 아는 사람만 한 번씩 스쳐 가는 길이길.


오늘은 방콕의 젊은이들이 찾는 핫한 지역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우리는 한국의 핫한 젊은이들이니까. 똑똑이의 사전조사 아래(정말이지 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방콕의 면면을 흡족할 만큼 즐기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아직도) 찾아낸 핫플레이스는 방콕의 청담동이라 불리는 ‘텅러’ 거리. 최신 방콕 여행서(내가 산 가이드북에 따르면)에선 이곳을 ‘새롭게 떠오르는 거리’라고 소개한다. 우리는 오늘 텅러의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고 이 새롭게 떠오른다는 거리를 거닐어보기로 했다.


해가 완전히 정수리를 비추기 전까지는 태국의 오전은 선선한 바람에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쾌적하다. 타 지역에 비해 두드러진 관광명소가 아닌 덕분에 한적한 길을 거닐면서 확실히 태국의 겨울 날씨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의 초여름 날씨라고 하면 비슷할까, 일 년 내내 더운 여름의 나라지만 엄연히 이곳에도 계절은 있다. 비가 오는 여름과 엄청 더운(겨울에도 덥지만) 여름, 그리고 덜 더운 여름. 우리는 태국의 덜 더운 여름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언뜻 평범한 듯 보이지만 내게는 인상적이었던 주택가 골목.


구글맵을 켜 들고 전날 밤 숙소에서 검색한(역시 김 과자를 먹으며) 세련된 디자인의 브런치 카페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걸었다. 이쪽 골목으로, 아, 아니네, 다시 이쪽인가. 결국 길을 잘못 들었다. 여행 시작 후 처음으로 길을 잘못 든 순간. 우리는 어느 새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덩그러니 서있었다.

집집마다 마당에 야자수 나무가 심어져 있는 하얀 담장의 깨끗한 골목. 그러고 보니 여행 중 가정집이 있는 골목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방콕의 보통 가정집이라고 하기엔 동네가 굉장히 깨끗했고 부촌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것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우리는 그렇게 잘못 들어선 길목에서 방콕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했다.


잘못 들어선 골목에서 만난 뜻밖의 그림. 방콕에서 처음 보는 파스텔톤 건물에 카메라를 꺼내든다.


결국 우리가 찾던 브런치 카페는 공사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 그렇지 구글맵이 우리에게 거짓을 고할 리 없다. 점점 아스팔트 바닥의 열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공복의 세 여행객은 마침 눈 앞에 있는 차분한 외관의 카페에서 간단한 브런치를 먹기로 한다. ‘웜우드’라는 이름과 걸맞게 카페의 외관과 내부는 따뜻한 진갈색의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여름나라의 카페에 과연 마땅한 작명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카페는 쾌적하고 편안했다. 우리는 아무리 여기가 방콕의 청담동이라고 해도 결코 착하지 않은 가격의 오믈렛과 커피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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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처음으로 가고자 했던 곳의 대안을 검색한다. 이것도 처음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가고자 마음먹은 곳은 그곳이 밥집이 되었든 명소가 되었든 계획대로 착착 도착했었는데, 처음으로 목표지의 차선책을 선택했다. 그것도 낯선, 터무니없이 비싼 오믈렛을 먹으며. 배가 고팠는지 오믈렛이 나오기가 무섭게 그릇이 깨끗해진다. 하지만 우리에겐 트립어드바이저가 추천한 맛집이 기다리고 있었다. 허튼짓을 하기 전에(여기서 음식을 더 주문하기 전에) 서둘러 카페를 빠져나왔다.


적당히 허기를 달래고 나니 주변 경관이 조금 더 자세히 들어온다. 디자이너의 부띠끄 샵과 고급 마사지 샵, 그리고 렌트비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고급 맨션들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즐비해 있다. 이 적당한 거리감이야말로 가진 동네의 여유랄까. 바글바글 와글와글 했던 지금까지의 방콕 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여유롭게 골목 구석을 둘러보던 우리 앞에 트립어드바이저의 추천 카페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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