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특히나 이 책은 책장을 천천히 넘기셨으면 합니다.

by 김현임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_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말’, <변신>중에서


결국 저는 광고하는 사람이니까요.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면 마음이 조급해 졌다가 이내 잠잠해 집니다. TBWA의수장, 카피라이터 박웅현의 이야기 입니다. 그의 작업물은문구만 들어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광고들로 수두룩합니다. 이런 그이기에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혹은크리에이티브한 영역을 다루는 수많은 이들이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냐며 조언을 구해옵니다. 이책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딸아이가 논술 과외를 듣겠다고 합니다. 그런데이게 왠걸, 한달 수업료가 어마 무시한 겁니다. 세상이 미쳤구나싶었던 아버지 박웅현은 그때 딸아이에게 직접 논술 수업을 해주기로 결심합니다. 매주 일요일 1시부터 3시까지 팔 주 동안 딸아이와 친구 둘을 집으로 불러 그가읽은 책들을 설명 하다 보니, 어려워할 줄만 알았던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더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강의(<책은 도끼다>는 저자가 진행한 독서 강독회 내용을 엮어 만든 책)를 구상했습니다. 총 8강으로 구성된 목차는 박웅현이 그 동안 울림을받았던 책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어보니 모두 42권이더군요. 그는 스스로 여느 독서가들과 비교했을 때 많은 양의 책을 읽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보다 천천히 깊이 읽어나가는 거죠. 그렇게 밑줄을쳐가며 읽은 책을 완독하면 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이번엔 메모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한 권의 책이 온전히 나의 것으로 녹아들 때까지 그는 몇 번이고 같은 책을 읽습니다. 그는 이런 방식의책 읽기를 통해 자신이 느낀 ‘울림’을 독자에게도 전하고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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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책을 읽으면서계속해서 목표로 삼는 건 온몸이 촉수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일상의, 가까이의,언제나 존재하고 있던 것들로부터의 ‘발견’에‘내가 여태 뭘 놓치고 있던 거야, 젠장’하고 조바심이 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조급증은 이내 잠잠해 집니다. 아직 늦지 않았거든요, 괜찮거든요.발견의 대상은 언제나 늘 우리 곁에 있으니 그저 조금만 천천히 호흡하고 한 번 더 들여다 보면 그걸로 되는 거죠. 그는 일상의 발견에 능한 사람을 일컬어 ‘안테나가 예민한 사람’이라 이야기합니다. 크리에이티브한 사고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고그는 믿습니다. 그가 일상에 촉수를 드리우는 방법은 한 장 한 장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 채 머리에서가슴으로 스며듭니다. 어느새 일상의 발견에 촉수를 세우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셨다면, 축하 드립니다. 우리 모두 조금 더 충만한 삶의 행복을 누릴 준비가끝이 났네요.




에디터 코멘트

속독이 능사는 아니지요. 한 권을 읽더라도 의미를 곱씹으며 되새김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독서의 기본이지만 특히 이 책은 책장을 천천히 넘기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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