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면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것들(6)
몇 달 전,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신이 약국을 20년이 넘게 운영하며 연구한 것이 있는데 그것을 책으로 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전문 작가가 아니다 보니 원고를 손봐야 할 것도 많고 서로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작가가 제작비용의 일부를 지원하여 출간하기로 합의했다.
계약서를 쓰기 위해 미팅을 갖고 계약 내용이라든지 비용이 어떻게 쓰이는지 등을 나름대로 충분히 설명해드렸다. 가볍게 점심까지 먹고 헤어져 사무실에 돌아왔는데 작가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그럼 책 한 권이 원가가 얼마인 거예요?’
‘손익분기점은 몇 부죠?’
‘제가 들인 돈을 회수하려면 몇 부 팔아야 돼요?’
메시지를 보는 순간 어떻게 설명을 드리면 이해하시기가 좋을지 고민에 빠졌다.

아직 책이 어떤 형태로 나올지 알 수가 없어서 정확한 책 한 권의 단가를 뽑을 수도 없을뿐더러 단가 없이 원가니 손익분기점이니 하는 것들을 계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략적으로 단가를 책정하고 어림잡아 계산한 수치들을 알려드렸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책 한 권 파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작가님의 명성을 높여줄 도구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일단 책이 나오면 작가로서 또 이런 책을 펴낸 약사로서 작가님에 대한 이미지와 가치가 높아지는 거거든요.’
그냥 말이 좋아서 한 얘기가 아니다.
나 역시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투자 대비 회수금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투자한 것에 비해 판매가 부진하면 속상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판매로 이어질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보통은 출판사에서 하는 고민이지 작가가 고민할 부분은 아닌데 작가의 자금이 들어가다 보니 상대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궁금해 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책은 상품이지만
책을 출간함으로써 작가가 얻는 것은
반드시 물질적인 것에만 있지는 않다.
실제로 자신의 분야에서 이미 전문가이신 분들인데 본인의 저서가 없어서 더 받을 수 있는 강의료를 더 올려 받지 못한다거나 본인이 하는 강의에 자신의 저서로 교육을 해야 하는데 남이 쓴 책으로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든가 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 사례들에서만 봐도 ‘내가 쓴 책’이라는 것은 나의 가치를 높여주는 도구가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을 더 잘되게 해줄 뿐만 아니라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인식까지 함께 높여주는 것이다.
단순하게 책을 많이 팔아서 인세 많이 받는 것에 그치기보다는 ‘이 책을 써서 나는 어떤 분야의 작가가 되고 싶고 어떤 길을 개척하고 싶은가 혹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책을 잘 활용하여 일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_
‘전문 작가’가 되고 싶은 건지, 지금 하는 일 말고 전직을 위한 발판으로 책을 쓰고자 하는 것인지, 이미 어느 분야에 전문가인데 이 일에 있어서 내가 전문가임을 공식적으로 공표하고 싶은 것인지를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 그 목적에 맞춰서 책을 집필해야 한다.
교재로 쓸 책이라면 수업에 꼭 필요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집필하면 되고, 전문가임을 알리고 싶다면 자신이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기 쉽게 담으면 된다.
책은 내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냥 종이쪼가리에 불과할 수도 있고,
내 몸값을 높여주는 효자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