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면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것들(11)
글에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담다 보면 읽는 사람도 나만큼 다 알고 있을 거라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자초지종도 없이 경험담이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냐 하면
작가는 본인의 스토리 전개를
다 알고 있지만,
남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 작가님의 원고를 읽다가 앞뒤 자세한 내용도 없고 경험담이 짤막하게 쓰이고 말아서 처음 읽는 사람들은 무슨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 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어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반대로 이분은 또 매 꼭지의 분량을 맞추는 것을 꽤나 힘들어 하셨던 터라 “작가님께서 겪은 에피소드를 쓰실 때는 최대한 풀어서 누군가에게 설명해준다는 느낌으로 쓰시면 분량이 많이 늘어날 거고, 지나치게 생략하지 않도록 주의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드렸다.
남들은,
내 얘기를 모른다.
그러니 아주 친절하고 상세하게, 내 사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해 준다는 느낌으로 적어야 한다. 특히 내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푸는 책이라면 더더욱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분량을 늘려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적을 수 있는 방법은 단연 넘버링 매기기다.
간혹 책을 읽다 보면 ‘첫째, 둘째…’ 하면서 병렬식으로 글이 진행되는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한 항목당 글을 자유자재로 줄이거나 늘이기에 좋은 방법이라서 예비 작가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추천했던 글쓰기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나만의 방법들을 설명한다고 치자.
글을 필요 이상으로 늘일 필요가 없다면 각 항목당 간략히 주제 문장만 짚고 넘어가면 되고, 글을 늘여야 한다면 각 항목 주제와 더불어 경험담을 붙이거나 책에서 본 내용 등 글에 살을 붙여 가며 한없이 늘일 수 있다.
작가 스스로가 내 글에 생략이 심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글이 이해가 되는지 한번 읽어봐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간혹 자신이 쓴 글이 부끄러워서 주변에 보여주기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히려 책으로 출간된 후에는 수정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완성도 있는 원고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어차피 출간되면 주변 사람들은 물론 내가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내 글을 읽게 된다.
그러니 부끄럽다는 생각보다는
당당히 드러내 놓고 의견을 받아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
사람들은 의외로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관심이 많다. 마트에서 카트를 끌고 다니다 보면 내 장바구니를 유심히 살피는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관심도는 낮을지 몰라도 누군가가 들려주는 남의 집 이야기, 남들이 사는 방식에는 의외로 관심이 많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그래서 책에 작가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재미있는 글이 된다. 그것도 옆집 사는 친구와 수다를 떨듯 아주 자세하고 흥미진진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