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면 알아야할 출판 상식(1)
투고 받았던 것 중에 원고지 약 280매 정도의 소설이 기억난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죽음’에 대한 문제를 꽤나 흥미롭게 풀어내기도 했고,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도 나름대로 독특했다.
그러나 원고지 280매로는 책을 만들기가 어렵기에 ‘적어도 800매 이상은 되어야 책으로 만들었을 때 보기가 좋으므로 분량을 좀 더 채우시거나 아니면 단편들을 엮어 다시 투고해 주시면 검토해보겠다’는 회신을 보냈다. 이처럼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당한 분량이 필요하다.
보통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보이는 판형(가로 152mm, 세로 225mm의 책 크기, 신국판이라고 한다)을 기준으로 한 페이지에 약 원고지 3.5매가 들어간다고 가정한다.
물론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줄이나 행수, 글꼴, 디자인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에디터는 처음 원고를 받으면 대략 ‘책으로 만들면 몇 페이지쯤 나오겠구나’ 하고 예측해 본다.
예를 들어, 원고지 800매 정도의 원고를 받으면 신국판 사이즈로 약 228페이지쯤 되고, 여기에 장 도입 페이지와 목차 페이지 등을 넣으면 약 240~245페이지쯤 나올 거라 예상해 보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페이지가 좀 적다 싶으면 작가에게 추가 원고를 요청하거나 그게 불가능하면 도서의 크기를 신국판보다 작게 줄이는 방향으로 생각해 본다. 책의 크기를 결정할 때는 원고의 분량과 더불어 독자들의 선호도 역시 크게 고려한다. 이는 책의 분야에 따라 다르고 당시의 트렌드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진다.
예비 작가라면 특히나 책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어느 정도의 양을 써야 하는지가 가장 궁금할 것이다. 원고지 매수로는 약 800매 혹은 한글 파일에서 글자 크기 10포인트 기준으로 85매 이상은 써야 한다. 그래야 책으로 만들었을 때 적당한 볼륨감이 나온다.
출판사에서 혹은 에디터가 원고량을 원고지 매수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작가가 한글이나 워드 파일에서 다양한 글꼴과 글자 크기로 원고를 쓰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원고지 매수로는 오롯이 글자 수에 대한 통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원고가 원고지 매수로 몇 장인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간혹 “분량이 적으면 일러스트나 사진을 넣어서 페이지를 늘리면 되지 않나요?”라고 질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일러스트나 사진은 분량이 적다고 해서 그걸 채우기 위해 넣는 것이 아니다. 원고에 따라 편집부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책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일러스트나 사진을 넣도록 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이너에게 요청할 수 있다.
작년에 한 작가님으로부터 “원고 분량을 채우는 것이 너무 어려운데 혹시 분량을 늘리는 방법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기존 작가들에게도 원고를 만들어내는 일은 참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작가는 말 그대로 작품을 창작해내는 사람이다. 글을 통해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가공하여 전달하는 것이 작가의 일인 것이다. 무엇이든 ‘창작’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고된 작업이다.
나는 오히려 “그 과정을 스스로 즐기지 못하는데 굳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책을 쓸 필요가 있을까?”라고 되묻고 싶다. 작가가 책을 펴내 독자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은 설렘이 없다면 나는 단호하게 책을 쓰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글을 쓰는 일이 자신에게 즐거운 일이어야 그 글을 읽는 독자 역시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