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2)
내 이름을 달고 나온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주변에서 “책 작업을 그렇게 많이 한 사람이 왜 정작 자기 책은 쓰지 않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사실 몇 년간 내 앞에 놓인 작업물의 양이 워낙 많기도 했고 ‘어떤 책을 쓰면 좋을지 명확히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어쩌면 오랜 시간 에디터로서 그리고 출판사 대표로서 많은 예비 작가나 독자들로부터 받아온 질문들이 내게 책을 써야 할 계기와 이유를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 질문들에 하나씩 답을 해나가고 싶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초보적인 질문일 수 있지만 어디에도 물어볼 곳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처음 책 쓰기에 도전하는 예비 작가나 에디터는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예비 에디터들을 위해 최대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이 책에서 풀어내 보고자 한다.
새삼 ‘글쓰기, 책 쓰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한 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것에 비교적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문가만 책을 쓸 수 있다는 인식에서 많이 벗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그 이면에는 성황리에 횡행하고 있는 ‘책 쓰기 수업’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책은 누구나 쓸 수 있고,
또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경험과 생각이 다르고 그 다양한 경험과 생각은 드러낼수록 또 다른 경험과 생각으로 확장되며,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읽는 이의 경험과 생각까지 바꾸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되어서 콘텐츠가 다양화되고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잘 팔리는 기획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책은 쓰고 싶은데 무슨 책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책을 쓰는 동안 열정 마인드를 유지하기 힘들다’가 보통 일반적으로 예비 작가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들이다.
그냥 밋밋한 삶에 자그마한 이벤트를 만들고 싶다거나, 불현듯(?) 내 이름 석 자가 박힌 책 한 권이 갖고 싶다거나 혹은 최대한 빨리 지금의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서 책을 쓴다면 이런 고민들에 스스로 답을 낼 필요가 없다.
책 쓰기 수업을 듣고 알려주는 대로 최대한 빨리 책을 써서 출간하면 꿈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잘 팔리는 기획이 무엇인지, 무슨 책을 써야 할지, 책을 쓰는 동안 마인드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는 작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 정해주는 대로 어찌해서 책 한 권을 냈다 하더라도 다음 책을 내기 위해서는 또다시 주제나 콘셉트를 잡아줄 누군가를 찾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내 삶을 내 맘대로 살지도 못했는데, 내 삶을 내 맘대로 살고 싶어서 시작한 책 쓰기를 또 남이 시키는 대로, 정해주는 대로 하게 된다니… 참으로 이상하고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작가, 저자’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이제부터라도 글쓰기, 책 쓰기를 왜 해야 하는지, 왜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길 바란다.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그것이 진짜 즐거운 글쓰기, 책 쓰기이고 진정 자신을 위한 것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라도 이 책을 가이드 삼아 혼자서도 책을 쓸 수 있고, 스스로 탐구하며 한 문장, 한 문장 써내려가는 글쓰기의 행복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