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라면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것들(2)

by 정혜윤

나름 책 쓰기 분야에서 잘나가고 있는 업체의 대표가 쓴 책을 읽어 본 적이 있다. 목차가 생각보다 세세하게 구분되어 있어서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내용이 들어있을 거라는 기대로 읽게 된 책이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내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가고 실소까지 터져 나왔다. 예를 들면, 글이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어떤 작가가 몇 년 동안 스스로 만든 기획과 원고로 투고를 해왔는데 한 군데의 출판사에서도 그 원고를 받아주지 않았고, 어느 날 그 작가가 자신을 찾아와 컨설팅을 받자마자 바로 다음 달에 생애 최초로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그 어떤 주제가 나와도 구체적인 방법은 없고 ‘자신을 만나 컨설팅과 조언을 듣고 바뀌었고, 변했다’로 끝을 맺었다. 결국 그 대표를 만나 컨설팅과 조언을 듣지 않는 이상 그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sticker sticker


물론 그런 노하우를 밝히는 것이 영업 비밀을 누설하는 거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글이라면 이 책은 고급스러운 전단지에 불과할 뿐이다. 어쨌든 그 책은 무언가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독자에게 꽤나 큰 배신감을 안겨 준 책이었다.


@siso-writers · 북에디터 정광희


보통 독자들 역시 나처럼 ‘이 책을 사면 내가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비용을 들여 책을 구입한다. 그러나 겉만 뻔지르르하게 다 알려줄 것처럼 하면서 정작 내용이 비어 있다면 당연히 독자들은 속았다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요즘처럼 ‘인생을 바꿔준다’는 달콤한 말에 넘어가 누구나 책을 쓰는 시대에는 더욱이 이런 속 빈 강정 같은 책들이 넘쳐난다. 독자들에게 팔기 위해 책을 쓰면서도 정작 독자에 대한 생각은 1도 없는 그런 책들 말이다.


sticker sticker


최근 들어 작가 본인을 위해 책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누가 이 책을 읽게 되는가?’를 생각해보면 결코 자기 자신만을 위해 책을 써서는 안 된다. 그 책을 읽는 독자들이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꼭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직업적인 노하우나 남들이 알지 못하는 숨겨진 정보 같은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거나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질문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책을 통해서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는 인식을 독자들에게 심어주고 싶다면 알고 있는 것을 쉽고, 재미있고, 깊이 있게 풀어낼 줄 알아야 한다.



나름대로 이 업계에 종사하며 이런저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았는데 오히려 자신이 가진 것을 꽁꽁 숨기고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 줄게”라고 말하는 사람 중에 진정한 전문가는 몇 없었다.


다른 사람이 내 것을 빼앗아 갈까 봐 전전긍긍하는 사람은 크게 성공할 수도 없다. 결국 그들이 꽁꽁 숨기는 노하우라는 것도 사실 별것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저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들이 가진 능력이 대단해 보일 뿐이다.


@siso-writers · 북에디터 정광희


글로써 내가 가진 능력과 재능을 알리고 싶다면, 진정으로 인생을 바꿔주는 책을 쓰고 싶다면!


독자가 무엇을 궁금해 할지

내가 독자에게 내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내 책을 사는 돈이 아깝지 않을 만한 주제가 무엇인지


반드시 고민해 보길 바란다.



항상 협상(작가는 책을 팔아야 하고 독자는 돈을 지불한다는 의미에서)에서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유리한 법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요구와 필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할수록 반대로 내게 필요한 상대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책을 쓰는 행위도 어떻게 보면
독자와의 비즈니스이다.


스스로가 알고 있는 것, 남들도 알았으면 하는 것은 진정성을 담아 알려졌을 때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20180412_144449.png

@북에디터_정광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