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원고의 가치를 어떻게 따질 수 있을까?

작가라면 반드시 생각해봐야할 것들(3)

by 정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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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가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을 에세이처럼 쭉 써봤는데 이 원고가 책으로 나올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객관적인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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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고가 과연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감정을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팔릴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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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원고는 썼는데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자비출판하자니 너무 부담되고… 작가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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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내가 받은 메일 내용이고 이 질문에 대해 내가 답했던 내용을 정리해 본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 세상에 가치가 없는 원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출판사가 생각하는 원고의 가치와
작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가치의 기준이 다를 뿐이다.


작가는 누구나 창작의 고통을 이겨내고 자유 시간까지 쪼개가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원고를 만든다. 이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원고이고 출간만 되면 잘 팔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출판사의 생각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원고 하나만 붙잡고 있지만 출판사는 상대적으로 많은 원고를 받아봤고, 팔아봤기 때문이다.


@siso-writers · 북에디터 정광희


한 출판 커뮤니티 사이트에 어떤 작가분이 하소연하며 쓴 글이 기억난다. 자신이 열심히 글 쓰고 그림 그려서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는데 반응이 영 뜨뜻미지근한데다 뭔가 아쉽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내 원고를 출판사에서 얼씨구나 반겨줬으면 싶지만 요즘 출판 시장 사정과 과도한 경쟁 등으로 많은 출판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서는 원고가 아니면 아예 계약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출판사들은 불확실한 것에
더 이상 모험을 하지 않게 되었다.


자비출판이라는 형식이 더욱 활성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siso-writers · 북에디터 정광희


작가 입장에서는 자신이 창작한 결과물에 만족하면 그것이 가장 완벽한 가치를 구현한 일이 될 것이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잘 팔리는 책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 책이다. 그러나 늘 문제는 그 두 입장의 가치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일이 드물다는 것이다.


물론 내게 질문한 ‘가치’의 의도가 ‘출판사에서 내 원고를 매력적으로 느낄까요? 잘 팔릴까요?’라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이 원고가 시장에 나가 돈으로 바뀔 수 있느냐는 것을 묻는 것이다. 즉 ‘내 원고가 쓸모가 있느냐 없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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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아니고서는 첫 책으로 그 가치를 실현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 아니 연예인이라도 힘들 수 있다. 더군다나 일반인이 첫 책을 써서 엄청난 인기를 얻는다는 건 거의 로또에 맞을 확률과 맞먹는다.


첫 술에 모든 걸 얻으려는 마음을 버리고, 기회가 되지 않는다면 자비를 들여서라도 책을 한번 내보는 것이다. 그러면 알 수 있다. 내 원고가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말이다.



시장은 냉정하고 독자는 차갑다.

절대 자신이 얻을 것이 없고,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책은 사지 않는다. 나부터도 그렇기 때문이다. 내 원고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올릴 수 있도록 작가 역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잘 팔리는 것에 가치를 두었다면 잘 팔리는 책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시장을 조사하고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책이 한두 권씩 쌓이면 저절로 출판사가 서로 모셔가고 싶어 하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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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디터_정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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