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메이커 청년들의 월례회 '세상에이게모임' : July, 2017
크라테 활동을 하다보면, 꼭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받는다.
돈은 어디서 나서 크라테를 해요?
글쎄, 나도 참 의문인 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에 크라테는 카카오 같이가치에서 '힘내라 청춘 캠페인'에 프로젝트 팀으로 선정되어 모금함을 개설했고, 청소년 자아탐색 워크샵을 위해 150만 원 정도를 기부받았다. 사람들이 응원으로, 댓글로, 그리고 공유로 삼삼오오 기부해 주신 돈이었다. 가끔 직접 기부로 거액을 주신 분도 계셨는데, 아직도 그 분들의 정체를 모른다. 모든 분들에게 여전히 너무나 감사하고 있다.
많은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는 귀한 돈이기에 정말 아껴썼다. 아직도 좀 남아있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우린 여전히 돈이 없다. 하늘에서 천만 원만 뚝 떨어지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정말 천만 원이나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렇진 않다. 다만 우린 지속가능한 재정 상태를 꿈꿀 뿐이다.
이번 세상의이게모임에선 박과 신, 그리고 나로 이루어져 조촐하게 진행됐다. 문득 이들이 소위 '좋은 일'을 어떻게 지속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세번째 모임의 주제인 '조직갈등'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모임 후 느낀 점은, 청년 리더들을 힘겹게 하는 것은 단지 재정상태 뿐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여러 악조건 속에서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Q. 근황?
박 "방학이라 할 일이 많았다. 공연 동아리와 창업경진대회를 준비하느라 너무 바빴다."
신 "최근에 청년혁신가 프로그램의 마지막 부산 워크샵을 다녀왔다. 아쉽게도 우리 팀이 부산에서 당선이 안 됐다. 대신 열심히 놀다왔다. 이외에도 워킹 홀리데이와 관련된 서포터즈 활동을 하는데, 그걸로 양평에서 설명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또 놀았다(웃음). 늘 그랬듯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가르치고, 공부하고, 교육에 대한 책도 읽으며 지냈다. 9월에 한국어 교육능력검정시험이 있어서 준비하는 중이다."
Q. 보통 수입은 어디서 얻는가?
신 "일주일에 한 번씩 인력회사에 가서 일을 구한다. 일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을 땐 정말 막막하다. 아! 최근에는 경기도에서 청년지원금 50만원을 받았다. 구직, 자기관리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박 "(머뭇거리며) 아직은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서 생활한다. 프로젝트 관련해서는 지원사업을 많이 받아서 돈이 좀 있다."
Q. 그동안 (조직면에서) 어떤 진전이 있었나?
신 "아까도 말했지만, 오늘 청년지원금이 통장으로 들어왔다. 기존에는 수입이 한정적이어서 하고 있는 일에 굉장히 제약이 많았다. 자신감도 떨어지고, 일주일에 한 두번씩 포스팅을 하는 것도 못하겠더라. 근데 돈이 생기고 나니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고 싶었던 교재도 사서 볼 수 있고, 온라인으로 영어 수업을 들을 수도 있었다. 또 함께 지내면서 사업 구상을 할 좋은 동료도 생겼다. 기대된다."
박 "창업경진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마케팅 측면에서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고, 조금 더 구체적인 플랜도 팀원들과 구상해볼 수 있었다. 또한 방학이 되고 팀원들이 프로젝트에 쏟을 수 있는 시간들이 더 늘어나면서 실질적으로 뭔가를 해 나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느낌이 든다."
Q. 조직 내 갈등 대처 요령 및 건강한 조직문화에 대한 아이디어?
신 "내가 운영하고 있는 건 스터디 모임이니 회사 형태의 조직까진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 것들(내부갈등)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그동안 모임 내에서 눈에 띄는 갈등은 딱히 없었다. 모임 특성상 유입과 유출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외에 내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니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팀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공통된 가치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그 느낌, 즉 우리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박 "형 말에 동의한다. 또한 조직갈등은 각자의 역할이 불분명할 때도 생기는 것 같다. 최근 팀 내에서 작은 갈등이 있었다. PM은 팀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팀원들은 무얼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상황이었다. 결국 상황은 극에 치닫아서, PM이 '계속 이런 식이라면 멤버를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PM에게 팀원들의 입장을 솔직히 말해주고, 다 같이 우리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함께 팀의 미션을 하나의 문장으로 만드는 작업도 했다. 그러고나니 갈등도 잦아들고 전보다 훨씬 목표가 명확해졌다."
Q.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때론 갈등이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이럴 때 리더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리더의 자질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신 "목표에 대한 확신과 설득력, 지속할 수 있는 체력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체력이 중요하다...) 리더라면 조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어야한다. 어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니까. 또한 좋은 리더라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팀원들에게 강요하지 않아야 하는 것 같다. 목표를 위해서 모두가 자발적인 신념을 갖고 있는... 그런 팀, 그렇게 할 수 있는 리더가 이상적이지 않을까."
박 "작년 2학기때 밴드동아리 회장을 맡았던 적이 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그 경험을 통해서, 나는 좋은 리더이려면 일을 잘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일을 굉장히 좋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악기만 연주할 때는 행복했지만, 그 외 이런 저런 것들까지 하게 되니 모든 것이 ‘일’이 되었다. 또한 리더는 안내자다. 우리는 보통 '리더=보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팀원들이 뭘 해야 할지를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리더가 아닐까. 리더라면 확고한 방향을 제시해주어야 하고, 팀원 하나하나의 정체성과 과제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Q. 자신이 하고있는 일이나 프로젝트에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신 "가치를 얻고 싶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 가치. 난 지금까지 내 자신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서 대학에 가고, 일을 하며 살았다. 캐나다에서 느낀 건 그렇게 살지 않아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나는 <꾸뻬씨의 행복 여행>이라는 영화를 좋아한다.(물론 책도 있다.) 이 영화가 전해주는 바는 행복하게 사는 게 인간의 의무라는 것이다. 누구나 살다보면 시련을 겪는다. 만약 돈을 벌기 위해 살다가 시련이 오면 절망감이 크게 다가올 수 있지만, 행복을 의무처럼 생각하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산다면 시련을 행복의 과정으로 생각하며 극복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이 차별 받지 않고 무리없이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조금 엉뚱해 보일 수도 있지만)한국 사장과 말싸움하는 방법, 난감한 상황에 재미있게 대처하는 방법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주고 싶다. 회사에서도 차별받지 않을 수 있고, 이직할 때도 수월할 것이고, 적응하기도 좋고,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교육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행복에, 그리고 나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정의내리기가 참 힘들었다. 인액터스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가치를 담은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아무튼 내가 얻고자 했고, 또 얻었던 것은 첫번째로는 창업과 경영의 지식, 두번째로는 사람과 사람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이에 더하여 내가 정말 해결하고 싶어하는 사회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캄캄한 밤이었다. 분주히 자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살갖을 타고 넘실거린다. 얼마 전 유기견을 발견해 임시 보호하다가 주인을 찾아주었다는 신의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듣는다. 박은 유기견을 돕는 인액터스 프로젝트 '미싱피플'에 뛰어들게 된 계기로, 어렸을 때 마당에 짧은 줄로 묶어놓고 키웠던 개에 대한 죄책감이 한 몫 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애견인인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어쩌면 사회 문제란 이렇듯 사소한 일상 속에서 발견되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는 '공감'하는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다만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이 멋지고, 존경스럽다.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며 음식점을 가겠냐고 묻는다. '나 너무 피곤해요'라고 답한다. 내게 따뜻한 말들을 건네곤 돌아선 뒷모습들이 참 다정하다. 언제 저렇게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담. 남자들의 우정은 별로 복잡할 것이 없구나. 나도 저들처럼 최선을 다 하다보면 사회문제들을 척척 해결해내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저런 소중한 인연을 여럿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품고 돌아가는 길, 내 마음은 이미 다음 모임에 가까워져 있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