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필립 로스 《에브리맨》
<에브리맨>은 보통의 한 사람이 한 삶을 살고 노년을 겪으며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크고 작은 성공이 있었고 크고 작은 실패가 있었으며 사랑과 열정, 욕망과 쾌락, 수많은 잘못과 반성과 실수가 선택의 상황과 함께 온통 혼재해 있는, 아주 평범한 인생이다. 농도만 다를 뿐 저마다의 모든 인생이 그런 것처럼.
이 책의 주인공은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달리 마지막까지 이름이 없다. ‘그’라고만 지칭되어 에브리맨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데, 이 보통 사람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책장을 넘기다 마침내 그의 죽음과 함께 마지막 장에 이르면 책의 앞부분에서 읽었던 한 구절이 저절로 다시 떠오르며 이 모든 것이 흔해 빠진 우리의 서사라는 생각에 전율하게 된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 빠졌다는 점이었다. -23쪽
그다지 본보기가 될 만한 인생도 아니고, 오히려 자신의 의도나 의지와 상관없이 잃어버리거나 놓쳐버렸던 것을 깨달으며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 인생이다. 전부 다시 시작하고픈 갈망에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인 인생이다. 늙은 몸을 무기력하게 견디며 “아무것도 아닌 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날들만 남은 인생이다. 그럼에도 다시 충만해지기 위한 갈망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사람, 그런 보통 사람의 평범한 죽음이 이토록 내게 심적 타격을 가한 것은 나 또한 에브리맨이기 때문이다. 죽음 역시 삶의 한 부분인 흔해 빠진 일이고, 그 흔해 빠진 일을 (장담할 순 없지만) 늙어가며 기다려야 하는 보통 사람이다.
늙어가며 수반되기 여사인, 차원이 다를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무력감, 공포, 고독과 회한 같은 것이 닥칠 것을 감히 짐작해보다 제발 너무 짓눌리고 압도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그게 될 일인가. 휘둘리겠지, 무서워 떨겠지, 후회하겠지, 어쩌면 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어리석은 갈망에 마음 졸이겠지. 그렇더라도 최소한 공포에 질려 허둥지둥, 한 삶을 마무리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영원히 살 것처럼 매일매일의 감정에 안달복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릴 적 멍하니 묘비를 바라보며 느꼈던 마음처럼 언젠가 마침표를 향할 내 마음도 아래로 아래로 낮아져 마침내 차분히 가라앉기를 바란다. 옮긴이의 말까지 모두 읽고 책장을 덮으니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고 싶은가, 하는 생각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 모든 바람이 바람으로 끝날지 실현 가능할지 닥칠 때까지 알 수야 없겠지만, 그 어떤 바람이 실현되든 결국 우리의 모든 죽음은 비통하고 모든 것을 압도하는 절대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흔해 빠진” 세상사이다.
**인용글 출처: 필립 로스, <에브리맨>(문학동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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