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큰 결심을 하고 집에서 가까운 정신의학과를 방문했다. 조금 긴장한 채 병원에 드러섰을 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대기 중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어린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분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들이 있었다. 모두 먼저 마음이 아픈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그냥 평범한 나의 이웃들이었다. 나는 왜이리도 정신과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까....
접수를 마치고 초친 환자를 위한 검사가 있었다. 5분정도 수십개의 문항에 답을 했다. 예약도 안되는 병원이라 무작정 대기였다. 두시간 가까이 지났을 까. 드디어 나와 아이의 이름이 불려졌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차분해 보이는 한 남자의사선생님이 앉아계셨다. 선생님이 말했다.
"뭐가 제일 불편하세요?"
나는 그간에 내가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아이에 대한 상담도 함께 받았다. 눈물도 울컥 나오려했는 데, 의사선생님이 대뜸 "네 알겠습니다." 하며 내 이야기를 능숙하게 끊어내셨다. 나도 모르게 너무 장황하게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의사는 내게 약을 권했다.
"환자분은 공황장애로 보입니다. 지금 한 참 증상발현이 되고 있고, 불안증세가 심하세요. 스트레스 지수도 굉장히 높아서 그것을 몸이 견뎌내기 못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약 처방드릴 테니까 드세요. 아이 역시 불안증세를 보이고 틱이 이미 꽤 오래된 듯 하니 약 먹이시고요. 아이는 약을 먹으면 살이 찔수도 있으니 감안하셔야해요. 그럼나가보셔도 됩니다"
두시간을 기다렸는 데 진료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내 이야기를 제대로 다 말하지도 못했는 데 진료가 끝이 나버렸다. 딱히 약을 먹을 생각도 없었고, 상담을 우선 받고 싶어서 온 것인 데 조금 당황스러웠다.
진료를 끝내고 나오자 간호사가 약을 한 아름 안겨주었다. 정신의학과라 그런지 따로 약국에 들리지 않아도 됐고, 검은 봉다리에다 약을 담아주었다. 아무래도 정신과 이름이 박힌 약봉투를 당당히 들고 다니기에는 쉽지 않은 세상인 것이다.
진료를 받았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았다. 괜히 의사가 돌팔이 같이 느껴지고, 나는 이렇게 아픈 데 안알아준다고 느껴 사실 화도 났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정신의학과는 엄밀히 상담센터와는 다르다. 내과나 정형외과 처럼 약을 처방해주고 적당한 상담만을 해준다. 구구절절 내이야기를 늘어 놓기에는 한계가 있다.
나의 첫 정신과 방문은 아쉬움을 남겼다. 내 기준에서는 상담센터가 아니라 정신의학과라고 하더라도 너무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다고 느꼈다. 그냥 나와 궁합이 맞는 병원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신과 의사도 사람인지라 나와 맞는 의사를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