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정말 이상해요

그냥 약을 꾸준히 드세요

by 정준

정신과 약을 복용하면서 나 역시도 부작용을 피해가지 못했다. 꼭 부작용이라기 보다 약을 적응 하는 데 크고 작은 반응 들이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 흔히들 겪는다는 울렁거림, 구토 증상이 있어서 불편하기는 했지만 한 일주일만 버티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한 3주정도 약을 먹었을 때 '아, 그래도 마음의 불안이 조금 사그러 드는 구나' 싶었다. 이제 좀 몸이 약을 받아 들이는 것 같아 안심이 었다. 여느 때 처럼 저녁을 먹고 약을 먹었다. 그리고는 잔뜩 쌓인 설거지를 하는 도중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졌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증상이었다. 마치 CT나 MRI를 찍을 때 몸에 조영제를 투입하는 것 한 10배되는 느낌이랄까. 상체가 막 뜨거워지면서 기절할 것 같아 황급히 설거지를 하던 것을 두고 안방으로 갔다.


티비를 보고 있던 아이와 남편이 놀라 뒤따라 왔다.


"왜그래. 어디아파?"

"엄마 왜그래?"


아이의 얼굴이 너무나 불안해 보였다.


"아니야 괜찮아. 좀 체한거 같아. 배가 좀 아파서 누워있을 게"


일단 아이를 안심 시켜야 됐기에 대충 핑계를 대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증상이라 진짜 죽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내가 복용하는 약 중 심장 두근거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약이 있는 데 그것의 부작용 같았다. 한 20분 정도 누워있다보니 또 괜찮아졌다. 119를 불러야 하다 싶은 정도의 통증과 공포였는 데 다시 말짱해 지니 공황발작이 다시 온건가도 싶었다.


두려운 마음에 다음날 병원을 찾았다. 그날도 역시 의사선생님은 별거 아니라는 듯 차분하셨다.


"선생님, 저 약 부작용 아닐까요?"


"아니에요. 처음엔 다 그래요. 그냥 드시면 돼요"


"선생님 부작용이 아니더라도 제가 그 약을 먹는 거 자체가 불안한 데 다른 약을 바꿔주시면 안될 까요?"


"환자분, 지금 불안과 공황을 잡기 위해서 약을 먹는 겁니다. 근데 그 것을 위해 먹는 약을 불안해 해서 안먹는 다는 게 과연 옳을까요?"


"아 네...그렇죠... 알겠습니다."


나는 전 날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는 데 결국 똑같은 약 2주치를 더 받아 집에 왔다. 지금생각해보면 의사 선생님 말이 틀린 건 없다. 근데 당시 나는 너무나 불안증세가 심해 그 약을 다시 먹는 게 무서웠다. 그 마음을 좀 헤아려주길 바랐는 데, 그건 내 욕심이었을까.


의사말대로 약을 계속 복용하기에는 두려움이 너무 컸다. 결국 나는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