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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졍 Sep 04. 2020

문득 위로받다


1

회사 일에, 개인적인 공부에 열정을 바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출근날 아침 목이 뻐근함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잠을 잘못 잤나 싶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려고 하자마자 통증이 느껴졌다. 강제로 힘을 들여 고개를 돌려 보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바로 회사 대표님께 전화 걸어 이러저러해서 출근시간을 조금 늦추겠노라고 허락을 받은 후 출근 채비를 마치고 집에서 가까운 한의원으로 갔다. (예전의 나였다면 눈치가 보여 우선 출근부터 했을 것이다.)


여자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자마자 여기저기 진맥을 짚어보고, 여기저기 주무르며 나의 상태를 물었다. 목의 증상을 말하자 ‘어디도 안 좋죠? 여긴 어때요?’ 하며 여기저기 누르고 진맥을 짚어주셨다. 그러다 어깨를 힘주어 주무르자 또 목의 증상을 느낄 때와 같이 통증을 느꼈다. 너무 아파하니 선생님이 "요즘 많이 무리했나요? "라고 물었는데, 그때 그 말이 "요즘 회사 일로 많이 바빠서 무리했나요?”라고 들려왔고, 그냥 내 맘을 알아주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순간 눈에 눈물이 고여버렸다. 그냥 증상을 묻는 한 마디였을 텐데 그간 힘들지 않았냐고 안부를 물어주는 것 같아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어쩌면 스스로도 괜찮다 여기며 지내던 날들을 그녀가 알아봐 준 것 같이 느껴져 눈물을 쏟아낼 뻔했던 기억이 있다.


2

회사를 그만두고 한 달이 넘게 쉬면서 프리랜서로 전향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에도 벌어 놓은 돈이 없어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열심히 이력서 넣을 곳을 찾아다니며 면접을 보는 날이 계속 이어졌다. 마음에 들어 지원한 회사는 최종 면접까지 보고 입사를 목전에 두고 떨어지는 일이 많았다. 처음 몇 번은 그러려니 했지만 계속되는 불합격 소식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이런 내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은 짤막한 만화 짤을 보고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리그램을 해 올렸다. 10년 넘은 절친에게서 스토리 답장을 받았다. 짤에 대한 대화가 간단히 이어졌고, 내 상황과 마음이 어떤지 이미 알고 있는 친구는 너 능력 있으니 괜히 앞으로 고생하지 않게 시간을 가지고 오래 고민해보라며 힘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본인에게 얘기하라는 말도 보탰다. 물론 현실적인 해결책을 준 건 아니었지만 말 한마디로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나의 최측근의 진심 어린 위로와 응원이었다. 그냥 힘내라는 말보다 나 스스로도 내 자신을 믿지 못할 때, 자신감이 떨어져 있을 때 나를 알아봐 주고 끌어올려주는 말은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된다.

 

이렇게 내가 먼저 힘듦 시그널을 보내기도 전에 먼저 다가와주거나 힘든 시기를 지내는 걸 알고 무심하게 위로를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안부를 걱정해주는 한마디가 요즘 새삼 더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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