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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자 에딧쓴 Mar 17. 2022

코로나 이후의 학교는 어떤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가

교육은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으로도 가르친다.

학교가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년, 코로나의 여파로 모든 자영업이 이전과 같이 운영될 수 없었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수업은 온라인 상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고, 학생들은 저마다의 공간에서 저마다의 시간에 수업을 들었다. 시험은 레포트로 대체되었고, 조별과제나 발표는 집에서 화상을 통해 이루어졌다. 다른 이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오프라인은 거의 소멸되다시피 했다.


그리고 이제, 모두가 코로나의 종식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저 멀리 바다 건너에는 벌써 마스크를 자율화 한 국가도 있고, 해외여행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비즈니스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이 많다.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새로운 세상인 것이다.




새로운 세상의 교육은 이전과 같을 수 있을까?


우리는 교육의 내용을 통해 지식을 채웠다. 그러나 교육은 내용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육의 형식 역시 교육과정의 일부로,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경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교육의 형식은 사고력과 세계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생각의 방식이라고 표현할 수도, 지혜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기존 교육의 형식은 대부분 다음과 같았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학생을 모은다. 같은 옷을 입은 학생들은 같은 사람(교사), 같은 곳(단상)을 바라보았다. 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복을 입지 않을 뿐, 원하는 수업을 수강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군중의 일부가 되어 교수자를 바라보아야 했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으로 동일한 지식을 습득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철수도, 빈곤층에 속하는 영희도, 편부모 가정인 민수도, 다문화 가정의 알리도 같은 내용을 전달받았다. 그들의 삶은 다르지만, 동일한 관점을 배운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전달받은 지식은 '유일한 정답'이 되었다. 객관식에서는 전달받은 지식 외의 선택지는 모두 '오답'이 되었고, 주관식에서는 전달받은 지식을 그대로 적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러한 교육은 암기를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자신이 공부한 것 이외의 선택지는 오답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기존의 교육 형식은 참여자(학생)의 세계관으로 이어진다. 사고력이나 지혜보다는 지식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물론, 살면서 만나는 여러 문제들 중 틀린 답을 찾아내야 하는 유형의 문제들도 있다. 그러나 취향의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하느라 낭비되는 시간 역시 그 못지않게 많을 것이다.


사고력과 지혜, '다름'의 세계관은 교육의 내용이 아니라 형식으로 가르쳐야 한다. 토론을 통해 누구는 이렇게, 다른 누구는 저렇게 생각할 수 있음을 익힐 수 있다. 토의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다행히, 여러 학교에서 이미 토론과 토의를 넘어선 다양한 형식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업은 여러 인원이 정해진 시간만큼을 동시에 할애하도록 하는 장치다. 그러나 지식 전달은 모두가 모여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의 기술 발달로 개인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시간과 원하는 공간에서 원하는 만큼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수업 주제가 다원주의라면, 힘들게 모여서 2시간 동안 다원주의가 무엇인지 듣고 있을 필요가 없다. 각자가 각자의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기초지식을 습득하고, 귀한 시간을 내서 모인 자리에서는 2시간 동안 생산적인 토론이 이루어진다면 사고의 폭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 대면 수업의 시간은 그렇게 쓰여야 한다.


기존의 지식 전달 체계는 이제, 굳이 같은 시간을 내서 모이지 않아도 가능하다. 기존의 방식은 단순히 교수자(선생님)의 수업 효율을 위해 형성된 구조였다. 그러나 비대면 교육 환경은 한 명의 교사가 가르칠 수 있는 학생 수의 제한을 없애버렸다. 배경지식이 있는 학생은 선생님의 수업을 2배속으로 듣거나 일부를 건너뛰며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현재의 비대면 환경이 교육의 여러 기존 형식을 바꿔놓은 것이다.


모두가 교과서를 달달 외워 외운 내용을 테스트했던 시험은 레포트로 대체되었다. 이제는 암기력보다 주어진 주제에 대해 분석적으로 사고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코로나 이후 교육의 전반적인 흐름은 기존의 경직된 교육의 형식이 재조립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


코로나의 종식이 가까워진 지금, 학교가 학생들을 다시 '학교라는 공간'으로 부르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교는 더 이상 운동장이 있고 똑같은 모양의 교실이 있는 건물을 나타내는 단어가 아니다. 학교의 공간은 파편화되었고, 물리적인 제약이 사라지고 있다. 대면 수업이 다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이전의 교육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은 교육의 수요자에게도, 사회 전체적인 비용 측면에서도 크나큰 손실이다.


학교라는 공간, 나아가 앞으로의 교육은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가. 엔데믹이 코 앞에 닥친 지금, 바로 지금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위 글은 책 <당신의 경험을 사겠습니다>의 초고입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을 수 있습니다.

전체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 책으로 나오게 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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