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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자 에딧쓴 Apr 05. 2023

브런치스토리는 브런치와 무엇이 달라졌을까

서비스 개편, 브랜드 리뉴얼이 전달하는 경험의 변화

브런치가 브런치스토리로 개편되었습니다. 요 며칠간 전반적인 변화를 살펴보기도 하고, 다른 작가님들의 반응도 찾아보곤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의 생각은 한 줄, 아니 두 글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굳이..?"


프로파일링 매거진의 첫 글이 플랫폼 저격이 될 줄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서비스 이름과 로고의 변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브런치라는 기존의 이름에 스토리라는 접미사가 붙었네요. 이에 따라 메뉴명도 달라졌습니다. [브런치 책방]은 [브런치스토리 책방]으로 변경되는 식으로요. 이에 따라 여타 미세한 부분에서의 카피들 역시 달라졌습니다. '스토리'라는 키워드를 집어넣기 위해서로 보입니다. 로고는 깃펜과 브런치의 b를 형상화한 형태에서 brunch story 폰트 위에 선이 그어진 형태로 변경되었습니다. 바로 이 선이 핵심으로 보입니다. 이번 서비스 개편의 메인디쉬가 바로 이 녀석이기 때문이지요.


공통으로 적용된 밑줄(왼쪽부터 브런치스토리, 카카오스토리, 티스토리)


이번 개편은 브런치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카카오에서 운영하고 있던 티스토리(T story)와 카카오 스토리(Kakao story)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기존의 두 스토리에 브런치(스토리)를 더해 [Story 홈]이라는, 일종의 큐레이션 플랫폼을 오픈했습니다. 이제는 스토리 홈에서 세 플랫폼에 올라오는 글들을 한 번에 모아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키워드로 모아 보거나, 플랫폼 별로 모아볼 수도 있고요.


카카오는 세 서비스를 통합하는 동시에, 각 서비스의 구분점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브런치는 작품이 되는 정제된 이야기를, 카카오스토리에는 꾸밈없는 일상의 이야기를, 티스토리에는 생활 꿀팁 같은 정보성 이야기로 수익의 기회를 노려보라는 카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각각의 플랫폼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성격에는 크게 손을 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긴 합니다. 기존의 브런치에서는 콘텐츠 생산자들을 작가라고 부르며, '출간의 기회'를 중심으로 사람을 모아 왔습니다. 작가 승인 이후 무슨 글을 쓰든 특별히 규제를 가하지 않기도 했고요. 티스토리 생산자들은 '블로거'라는 표현으로 브런치와 선을 그었습니다. 수익의 기회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애드센스를 활용한 수익성 블로그라는 방향성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기존에 SNS 같은 분위기였던 카카오스토리도 마찬가지고요.


이러한 변화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플랫폼을 경험하는 방식의 변화


브런치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가장 주요한 변화는 공간의 분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브런치와 티스토리, 카카오스토리의 차이는 공간의 속성에 있다고 보고 있었거든요. 티스토리에는 '광장'이 없습니다.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메인페이지가 없다는 뜻이지요. 티스토리 유입의 대부분은 검색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혹은 서핏, 다음 메인 페이지와 같이 다른 포털에 소개되거나요. 카카오스토리는 개인 SNS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내가 팔로우하는 계정들의 게시물이 피드에 노출되거나, 그와 연관된 게시물을 추천받는 방식이지요.


그러나 브런치는 기존에도 별도의 메인페이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독자들은 브런치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메인페이지에 걸린 글을 훑어볼 수 있었습니다. 티스토리와 카카오스토리에서는 발생하지 않던 행동이지요. 유튜브에 접속해서 마음에 드는 썸네일을 발견할 때까지 새로고침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브런치 역시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메인 페이지 최상단에서 추천해 주는 브런치북과 글이 변경됩니다. 메인페이지에서 어떤 글을 추천해 주는지는 해당 플랫폼의 체류시간을 결정합니다. 사용자들이 특별한 목적 없이도 적극적으로 마음에 들만한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티스토리와 달리 브런치에서는 자체 유입도 꽤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브런치라는 서비스를 독립된 별도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지요.


광장 역할을 하고 있는 브런치 메인페이지


그러나 이제는 티스토리와 카카오스토리 역시 광장(메인페이지)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브런치 사용자 입장에서는 탐색을 위한 페이지가 하나 더 생긴 셈이지요. 조금 더 다양한 성격의 콘텐츠를 추천해주기는 하지만요. 스토리홈에서 브런치 콘텐츠 모아보기 필터를 적용할 것이라면 사실 굳이 스토리홈으로 갈 필요가 없습니다. 브런치는 별도 메인페이지가 존재하니까요. 티스토리는 전문적인 정보를 탐색할 때 주로 탐색하게 됩니다. 추천 피드보단 내가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는 게 빠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결국, 스토리홈의 역할이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티스토리와 카카오스토리는 각자에게 공간을 나누어주고, 다른 사람들을 그 공간에 초대하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브런치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한 공간에 모으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공간 안에서 작가는 글을 발행하고, 독자는 그것들을 구경하러 오고요. 티스토리와 카카오스토리가 찾아가는 골목상권이었다면, 브런치는 대형쇼핑몰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콘텐츠의 성격뿐만 아니라 공간의 속성 역시 달랐던 세 서비스가 스토리홈이라는 공간에서 모일 수 있을지, 그들의 연합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들이 지각하는 변화


작가들의 관점은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브런치의 커다란 특징 중 하나인 진입장벽에 대한 내용입니다. 브런치는 작가승인을 받아야만 글을 공개할 수 있습니다. 작가로 승인받는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브런치 고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요. 이 작은 진입장벽이 브런치의 브랜딩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는 검증된 글쟁이들이 모인 곳'이라는, 일종의 증표이기도 했고요.


소비자뿐만 아니라 작가들에게도 이는 특별한 요소였을 겁니다. 브런치 작가라고 하면 일단 어떤 진입장벽을 넘은 사람임을 의미하거든요.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은 최소한 뻘글은 아니다'라는 말을 종종 듣기도 했습니다. 브런치 작가라는 것은 거창하게 표현하면 일종의 자부심이 될 수도 있었죠. 즉, 진입장벽이 있는 공간이기에 그곳에 글을 쓰는 행위가 특별하게 여겨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브런치와 티스토리, 카카오스토리의 게시글이 동일한 공간에 노출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브런치 작가들 입장에서는 브런치에 글을 쓰나, 티스토리에 글을 쓰나 동일한 공간에 걸리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브런치에 진입하고자 했던 예비 브런치작가분들은 굳이 번거롭게 '브런치 고사'를 통과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기존의 브런치 작가 입장에서는 '이제 누구나 이곳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브런치는 여전히 작가 승인이라는 과정을 철회하지는 않았지요. 다만 이제 그 장치가 빛을 잃은 느낌입니다.


스토리홈의 피드, 모든 플랫폼의 글이 큐레이션 됩니다.


내 글이 다른 어딘가에 소개된다는 것은 반길만한 일입니다. 실제로 서핏이나 다음 메인페이지 등에 걸리면 유입이 확 늘어나기도 하고요. 내 글을 나의 상품으로 본다면, 내 상품이 여기저기 홍보되는 일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내 상품이 다른 여러 상품과 묶음판매 되는 것은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독립적인 상품으로써의 가치가 하락한 듯한 인상을 주니까요. 스토리홈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작가 입장에서, 카카오 뷰에 소개되는 것과 스토리 홈에 소개되는 것은 다르게 인식됩니다. 카카오 뷰는 '바로 그 글'을 큐레이션 한 것이라면, 스토리 홈에는 '브런치의 모든 글'이 소개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덧붙이자면, 스토리홈에서는 브런치의 글보다는 브런치북 위주로 큐레이션을 하려는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브런치북은 한 번 발행하면 다른 글을 추가하거나, 기존의 글을 뺄 수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글보다는 다소 부담을 가지게 되는 발행형식입니다. 브런치의 의도와 같이, 최소한의 상품으로써 선보이는 것이니까요.  평소에 부담 없이 글을 발행하더라도, 브런치북만큼은 정제작업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브런치가 플랫폼 단위에서 브런치북을 전면으로 내세운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브런치북 이외의 글은 더 이상 플랫폼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소 극단적인 상상이긴 합니다만, 모든 작가들이 글을 비공개로 발행해 두었다가 브런치북으로 정제가 끝났을 때만 발행한다면 어떨까요? 정제된 작품이 많아지는 것이 플랫폼 친화적일 수는 있지만.. 브런치가 가야 할 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개성과 편의성


브런치 작가님들은 대부분 생산자인 동시에 브런치 독자(이용자)이기도 할 겁니다. 둘을 합쳐 사용자라고 해도 무방하고요. 사용자 입장에서는 서비스명과 메뉴명이 길어진 것은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닙니다. 앞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런치스토리라는 풀네임보다는 브런치라는 기존의 이름으로 이 공간을 부를 겁니다. 저만해도 그렇고요. 메뉴명이 길어지는 바람에 화면에 텍스트가 많아졌습니다.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책방, 브런치스토리 나우 같이 반복되는 텍스트지만, 사실 필요 없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화면만 지저분하게 느껴질 뿐이지요.


개인적으로는 로고 역시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개성이 사라진 느낌이거든요. 여전히 브런치 어플의 아이콘과 메인페이지 곳곳에서 기존의 로고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완전히 교체할 생각은 아닌 것 같아 다행입니다. 로고가 단순해지는 것이 시대적인 트렌드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것은 모두가 개성을 잃어간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어째 모든 브랜드 로고가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 velvetshark


브런치팀이 발행한 서비스 개편 소식의 댓글에서는 다른 의견들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예약발행 기능이 필요하다거나, 광고삽입을 통한 수익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보이더라고요. 광고삽입에 대해서는 저도 반대입장입니다. 이미 수익형 블로그의 역할은 티스토리가 수행하고 있으니, 브런치가 광고삽입마저 허락한다면 브런치의 색을 점점 잃어가게 되니까요. 콘텐츠 역시 광고배너 클릭을 유도하게 되거나, 체류시간을 위해 질질 끄는 글이 늘어날 겁니다. 글 퀄리티의 하락은 곧 브런치의 몰락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브런치는 예나 지금이나 '글쟁이들의 플랫폼'이니까요.


'원하는 사람에 한해 광고를 넣을 수 있게 해 주면 되지 않느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나 반대입니다. 불가능해서 못하는 것과 가능한데도 안 하는 것은 명백한 차이가 있습니다. 티스토리 역시 가독성을 위해 광고를 뺄 수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운영하시는 분들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광고를 붙이지 않는다면 티스토리를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절대다수가 광고를 붙이고 있으니, 나만 광고를 빼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의심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고요. 어쩌면 작가들에게 정말 필요한 업데이트는 오히려 예약발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랜드 리뉴얼과 사업구조개편


이번 서비스 개편을 브랜드 리뉴얼로 보아야 할지, 사업구조개편으로 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브랜드 리뉴얼이라면 소비자를 위한 것일 테고, 사업구조개편이라면 기업 내부에서 일어날 일이지요. 서비스 명이 변경되었고, 로고와 심볼이 변경되었습니다. 모바일 웹 홈도 개편되었다고 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통합 서비스(스토리홈)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전에 기고했던 글에서 모 증권사의 어플리케이션 개편에 대해 다루었는데요. 이용자의 사용성을 개편하겠다는 명목 하에 기존의 어플리케이션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악의 업데이트였습니다.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고요. 특별히 달라진 점도 없었습니다. 아이콘 색상, 글자크기 정도. 그러나 익숙했던 메뉴 구성이 달라지면서 사용성은 나락으로 가버렸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구조로 나왔다면 더 효율적이고 편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증권사 어플(MTS)을 이것저것 써보고 가장 편한 곳으로 정착했던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해당 증권사를 이용할 이유가 사라지더라고요.


카카오의 이번 서비스 개편이 과연 소비자를 위한 브랜드 리뉴얼일까 하는 의문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기업 입장에서야 효율적으로 사업을 관리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개편한 셈이겠지만요. 기업이 효율적으로 사업을 관리하는 것과 소비자가 서비스를 만족스럽게 이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오히려 기업을 위한 사업구조개편이 아니었다면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요.


리브랜딩, 리뉴얼, 서비스 개편.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다만 그 과정이 정말로 소비자 중심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기업(제공자) 중심에서 개선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소비자를 위한 '개편'이 아닙니다. 그럴 땐 차라리 변경이라는 워딩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최소한 '개편이라는데 뭐가 좋아진 거지?'라는 의문은 들지 않으니까요.


개편이든 개선이든 변경이든,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소비자의 경험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장 민감한 지점이고, 그렇다면 기업 역시 가장 중요하게 다룰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글을 쓸 때에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 글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인지, 혹은 정말 누군가가 필요로 하고 좋아할 만한 글인지에 대해서요. 두 영역의 교집합을 찾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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