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뻔하다. 하지만 뻔한 것과 쉬운 것은 별개다.
이 필명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양하게 고려해보고 있습니다.
그 고민의 일환으로 작가 '야마구치 슈'를 검색해보고 있었는데요.
정보를 찾다 보면 어떤 시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검색 효율이 많이 떨어지는 시점이지요.
보통 필요한 정보는 웬만하면 검색결과 1페이지에 다 있습니다.
검색한 대상에 대해 80% 정도 알게 되면,
그 뒤로는 투자하는 시간 대비 새로 알게 되는 정보량이 뚝 떨어집니다.
'사과문 쓰는 법'도 마찬가지고요.
'사과문 쓰는 법'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얻을 수 있는 정보입니다.
그리고 검색어를 바꿔서 아무리 탐색을 해도,
사실 저 이상의 정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게 다 거든요.
이번에 전자책을 쓰면서 스스로의 머릿속과 가장 많이 싸운 지점입니다.
가장 본질적인 내용을 다루려고 욕심을 내다보니
자꾸 '너무 뻔한 내용 아닌가?' 하는 의심이 올라오더라고요.
사과문의 본질은 '잘 쓴 글'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달래주었는가'입니다.
뻔한 이야기지요.
그리고 저 위의 '들어가야 하는 것'과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것'은
(화가 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라는 말이 생략된 겁니다.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이런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거나,
'이런 표현이 들어가면 오히려 화를 키운다'라는 의미지요.
본질은 어떤 표현이 들어갔는가가 아니라
'정말 반성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가'입니다.
아무도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더라고요.
뻔하니까요.
하지만 저 '목록'에 집중하다 보면 본질을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사실 저 목록이 중요하다면, 그냥 챗 GPT한테 주면 됩니다.
AI로 사과문을 쓸 수 있는 프롬프트를 그냥 드릴게요.
나는 (활동 내용)을 주제로 활동하는 유튜버(혹은 활동 채널)입니다.
최근 (잘못한 내용) 이러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위 목록의 '들어가야 하는 것') 이런 내용들을 넣어서 사과문을 작성해 주세요.
(위 목록의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것') 이런 표현은 들어가면 안 됩니다.
GPT를 구독 중이신 분은 그냥 이미지를 읽혀도 됩니다.
목록을 옮겨 적기 귀찮으시다면요.
꽤 그럴싸한 사과문을 써줍니다.
실제로 테스트도 해봤어요.
어떤가요?
저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는 저런 사과문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요즘은 사람들도 알아봅니다.
'저거 AI로 썼구먼'
그럼 오히려 더 나락에 빠지기도 합니다.
'잘 쓴' 사과문이더라도,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의미 없는 글이 됩니다.
사과문뿐만이 아닐 겁니다.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책이 명확합니다.
그리고 그 본질적인 해결책은 대부분 뻔합니다.
살을 빼고 싶으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됩니다.
시험에 합격하려면 계획대로 매일매일 정해진 분량을 공부하면 됩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가치 있는 것을 많이 팔면 됩니다.
문제는 이 뻔해 보이는 내용이 쉽지는 않다는 것이지요.
SNS 전략도 사실 다 뻔합니다.
조금 검색하고 공부해 보신 분이라면 다 들어본 내용일 겁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라,
꾸준히 업로드해라, 잘하는 계정을 벤치마킹해라, 등등.
심지어 저는 마케팅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운영도 당연히 할 줄 안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막상 내 계정을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아는 것과 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션캠프의 강의도 그래서 듣기 시작했습니다.
뻔한 이야기도 사람마다 해석하는 법이 다르고, 적용하는 법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뻔한 이야기임에도 들어볼 이유가 충분한 것 같습니다.
미션캠프의 강의 내용도 대단히 새로운, 엄청난 치트키 같은 건 아닙니다.
사실 그런 건 존재하지도 않을 테고요.
다만 김재진 디렉터님의 진심이 담긴 경험이 있습니다.
미션캠프만의 해석과 적용법이 있지요.
그래서 도움이 됩니다.(아주 잘 듣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관점으로 자기 의심을 눌러가며 겨우겨우 글을 완성했습니다.
본질은 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사과문의 본질이 '마음을 달래는 것'이라면,
그 달래주어야 하는 마음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사과문 쓰는 법'이 아니라 '심리 프로파일링'으로 지었습니다.
사실 이런 전자책을 홍보하고 싶다면,
이 전자책으로 효과를 본 사람을 자랑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사례를 가져오는 것이 좋겠지요.
하지만 이 책의 속성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나름의 문제입니다.
"이 책의 내용 덕분에 나락에 가지 않았다!"라고 하면 사과의 진정성이 떨어져 보이잖아요.
"이 사람에게는 이 책이 필요했다!"라고 하려면 누군가의 아픈 사건을 언급해야 하잖아요.
둘 다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마케팅입니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혹은 그저 자극적이기만 한 마케팅은 싫어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마케팅 영역도 무해한 경쟁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네가 그러니까 돈을 못 벌지'라고 하겠지만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