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타야 서점의 성공 비결, '제안 능력'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에서 뽑아본 '제안 능력'의 중요성

by 유수진



최인아책방은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와 같은 대형 서점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영국의 서점은 가본 적도 없지만 영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참 단정하고 예쁘다.


최인아책방 내부


최인아책방의 내부 공간은 그리 크지 않지만 작은 공간 안에서 느껴지는 따스함과 편안함이 가득하다.

나는 책도 좋아하고, 서점도 좋아해서 대형 서점에 자주 가곤 하지만 갈 때마다 늘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끌벅적한 소음 때문에 원래 사려고 했던 책만 사서 나올 때가 많았고, 최근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로 올라와있는지 살펴볼 뿐 소설, 에세이, 여행, 요리 등 딱딱하게 구분되어 있는 분야별 책들에는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최인아책방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오로지 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내가 원래 관심이 있었던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책들도 천천히 음미해보고 싶게 만든다.


최인아책방의 혼자의서재 모습 /출처 :최인아책방 공식 페이스북


가장 놀라운 것은 최인아책방이 제안하는 책들이다. 한켠에 있는 책들에 각각 포스트잇 같은 것이 한장씩 껴 있길래 궁금증이 들어 펼쳐보니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의 프로필과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가 담긴 메모였다. 베스트셀러도, 유명한 저자가 쓴 책도, 최근에 나온 책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책들이 자신의 가치를 다 빛내지 못하고 몇 안되는 베스트셀러에 감춰져 이렇게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 숨겨진 보물들을 제안해준다니 얼마나 놀랍고 또 고맙게 느껴지던지.


작년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최인아책방의 활동을 쭉 지켜봐온 결과, 최안아책방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듯하다. 음악, 미술, 건축 등 폭넓은 분야의 강연을 열고 있고, 오로지 혼자서 책을 즐기고 쉴 수 있는 '혼자의서재'라는 공간을 만들어낸 것만 보아도 이 서점이 얼마나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한국에 최인아책방이 있다면, 일본에는 츠타야 서점이 있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일본 전국 1400여 곳 이상의 TSUTAYA 매장을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CCC)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로, 서점을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닌,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안하고 문화의 인프라로 만들어냈다. 과연 츠타야 서점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마스다 무네아키 쓴 <지적자본론>에서 뽑아본 비즈니스의 성공 비결, '제안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한다. 플랫폼 다음으로 고객이 인정해줄 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주는 사람. 그것이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객 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주는 자원이다.


그야말로 선택 장애의 시대다. 나는 이제 무언가를 사려고 하면 한숨부터 나올 지경이다. 특히 나에게 꼭 맞는 바지를 사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다 고만고만해 보이는 바지들이지만 입어보면 착용감과 청바지 색감이 완전히 다르다. 나는 키가 작아서 보통 바지를 사면 바지 길이 수선은 기본이고, 허리를 촥 감싸주면서도 편안하고 다리가 길어보이는 색감의 바지를 찾기가 힘들다. 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입어보다가 땀만 쭉쭉 흘리고 실패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누군가 이거야! 이거! 하고 딱 골라줬으면 싶다.


그러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키작은 사람들을 위한' 쇼핑몰이라며 바지 몇 개가 나열되어 있는 광고를 보았다. 당신이 키가 작다면, 다리가 길어보이는 바지를 찾고 있다면 이 바지는 어떤가요? 라며 제안을 해주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그 쇼핑몰에서 바지를 구입했다.



애플스토어를 보아도 그곳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iPhone과 iPad와 Mac이다. 기껏해야 세 종류 정도에 불과한데도 늘 혼잡하다. 애플이 제안하는라이프 스타일에 고객이 끌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것과 이것입니다”라고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도 현대 도시 생활자들의 가슴을 파고들 수 있는 제안을 100가지이상 내놓을 수 있다면 이노베이션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코스메틱 관련 TV 프로그램이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다보면 참 신기할 때가 많다. 어차피 사람 얼굴에 있는 것이라곤 눈코입 밖에 없는데 코스메틱 가지고 할 말이 저렇게나 많을까 싶다. 유행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사람의 피부톤에 따라, 눈 모양에 따라, 쌍커풀의 유무에 따라, 입술의 두께에 따라 화장법과 잘 맞는 코스메틱 브랜드가 천차만별인 것이다.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더 이상 홍보할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100% 변명일 가능성이 높다. 나도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를 홍보할 때 콘텐츠의 다양성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웠던 적이 있었다.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 관련해 신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데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것은 나 스스로 만든 틀에 불과했다.



내가 홍보하던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가 청소년 인기 검색어에 잠깐 올라갔던 적이 있었다. 우리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가 얼마나 쉽고 편리한 툴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신선하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인 동시에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인기있는 툴인지를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고 생각한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요즘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게임에 대해서까지 알아봐야 하는 수고를 들이긴 했지만, 서비스의 주 고객층인 청소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이전과는 색다른 홍보 콘텐츠로 우리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었다. '청소년들에게 워너원만큼 인기 있는 우리 서비스, 한 번 사용해보실래요?'



앞으로 필요한 것은 ‘지적자본’이다.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


회사라는 조직은 늘 사람이 오고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는 자리든, 나가는 자리든 오고 나가는 자리에는 빈 공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업무 인수인계 기간 동안에는 오로지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는 이러한 오고 나가는 자리에 최대한 빈틈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업무 인수인계와 모든 자료가 빠짐없이 아카이브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노하우는 100% 전달될 수 없다. 회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업무를 이해하고, 이슈를 처리하고, 내부 직원 혹은 외부 관계자들과 관계를 쌓고, 노하우를 쌓는 데에는 아무리 경력이 많은 사람이라도 일정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회사의 사활은 직원의 '지적자본'에 달려 있기도 하다.


그러니 회사원도 '지적자본'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매일 똑같은 일만 반복하기보다는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고, 새로운 기획을 제안하기도 하며, 새로운 지적자본을 만들며 자신의 가치를 올려야 한다. 지금의 회사에서든 이직을 해서든 자기만의 지적자본이 많으면 많을수록 환영받는 직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가치는 나의 지적자본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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