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쌀쌀한 바람이 불던 때쯤, 1년 동안 써온 글을 모아 몇십 군데의 출판사에 투고를 했습니다. 출판 경력도 없고 딱히 프로필이랄 것도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연락이 올 거라는 기대는 크게 없었죠. 기대는 없어도 실행은 하는 불도저인지라 투고를 해놓고 연락을 기다리던 어느 날, 몇십 군데 중 딱 한 곳에서 긍정적 답변을 전해왔습니다. 2019년 5월, 그렇게 저의 첫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책을 출간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출판사에 투고를 하거나, 직접 독립출판을 하거나, 아니면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는 것입니다. 세 가지 방법 중 어느 것 하나 쉬운 방법은 없습니다. 먼저 투고를 생각해볼까요? 한 중대형 출판사에서는 하루에 몇십 건의 투고 메일을 받는다고 합니다. 출판사의 한정된 리소스로 그 수많은 원고를 꼼꼼히 살펴보기란 물리적으로 어렵겠죠. 게다가 아무리 좋은 원고라도 출판사의 방향과 맞지 않으면 선택될 수 없습니다. 제 첫 번째 책은 독특한 제목이 출판사의 눈에 띄는 데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따라서 어떤 글을 쓸 때든 제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오래도록 고민합니다. 제목이 눈에 띄지 않으면 글을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 못하니까요.
독립출판은 어떨까요? 첫 번째 책을 출간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무렵, 독립출판도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독립출판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많아져서 예전보다 쉽게 혼자서도 출판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책에 사용되는 종이 재질부터 디자인, 특히 홍보까지 혼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은 저에게 버거워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는 방법이 남았습니다. 이 방법은 저의 선택지에서 늘 빠져 있었습니다. 저의 의지로는 될 수 없는,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회니까요. 브런치 글을 읽다 보면 종종 출판사 관계자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저의 첫 번째 책이 출간된 것만큼이나 큰 행운이 필요한 일임을 알기에 부럽다기보다는 그 행운에 작은 좋아요를 놓고 오는 것으로 축하의 마음을 전했죠.
2021년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두 번째 책 출간이었습니다. '출간'이라고 적었지만 결과물을 만들어내자는 뜻은 아니고 이번에는 어떻게 출간을 할 것인지 방향성을 잡자는 취지였어요. 첫 번째 책을 출간한 이후 써낸 글들을 취합하고, 이것을 어떻게 묶어내면 좋을지 고민하던 차에 한 통의 제안 메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쓴 한 편의 글을 인상 깊게 읽으셨다며, 저와 함께 책을 내고 싶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버킷리스트는 몇 년째 저를 놀라게 만들고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종이에 쓴다는 건 의지가 필요한 일. 1년에 딱 한 번, 평소엔 잘 쓰지도 않는 비밀노트를 펼치고 될지 안 될지도 모를 일을 쓰며 진지하게 인생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 그 정도의 의지를 갖고 있다는 건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기울여 살고 있다는 뜻이고, 그 마음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가 닿는다는 걸 매년 느끼고 있습니다.
2022년을 하루 앞두고 두 번째 책 계약서를 썼습니다. 그리고 2022년의 버킷리스트는 세상에 꼭 필요한 두 번째 책을 쓰고, 이 책으로 다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도 일단 쓰고 보는 불도저인지라 버킷리스트에 쓴 모든 일들이 이뤄지진 않겠지만, 이것만큼은 꼭 이루어내려고 합니다. 12월 31일의 아쉬움보다 1월 1일의 기대감이 더 큰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