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광고를 하지 않는 이유

by 유수진

이효리 씨는 상업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녀가 공익 광고 외 상업 광고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녀가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2012년쯤. 그 전까지만 해도 웬만한 TV CF를 모두 섭렵하고, 특히 삼성전자의 '애니콜' 광고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삼성전자가 그녀에게 헌정 광고까지 바칠 정도였다. 만약 그녀가 지금까지 계속 상업 광고를 찍어왔다면 벌어들였을 수입은 가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상업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유는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이효리 .jpeg 삼성전자 애니콜 광고 모델 시절의 이효리


이효리 씨의 친구는 남편과 함께 아이 하나를 키우며 어렵게 살았다. 하루는 그 남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월급의 반을 쪼개어 이효리 씨가 광고하는 다이어트 약을 와이프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다는 것이다. 이효리 씨는 그 이야기를 듣고 상업 광고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본인이 날씬한 이유는 결코 그 다이어트 약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은 리뷰 문화가 발전해 광고 문구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더 신뢰하는 추세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광고 문구는 물건을 구입할지 말지 정하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한 수단이었다. 이효리처럼 예뻐질 수 있다는 말에 아이라이너를 구입했고, 이효리처럼 날씬해진다는 한 마디를 믿고 다이어트 약을 샀다. 이효리 씨는 자신만 믿고 물건을 구입할 팬들에게 미안함을 느꼈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더 이상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남을 속이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사실 남을 속이지 않겠다고만 생각하면 얼렁뚱땅 광고를 찍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광고 그 어디에서도 다이어트 약만 먹고 살을 뺐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효리 씨는 자신을 속이지 않기로 했다. 상업 광고를 그만둔 후로도 계속해서 그녀가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오래도록 일해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정직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영상분석가 황민구 씨의 사연도 비슷하다. 각종 사건 사고가 담긴 영상을 분석해 진실을 찾는 그에게 간혹 나쁜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다. 재판에서 이길 수 있도록 영상 분석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달라며 백지 수표를 건네는 것이다. 영상 속 증거는 때때로 보는 시각에 따라 누군가에게 유리하게 적용이 될 수도 있고, 불리하게 적용이 될 수도 있기에 황민구 씨가 마음만 먹으면 분석 결과를 정말로 그에게 유리하게 작성해서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기록물 그 자체로 말하는 것, 그것이 저에겐 정의예요."


강원도에서 펜션을 하시는 어머니가 그렇게 해서 돈을 벌 거면 차라리 펜션에 와서 숯불이나 나르라고 말한 것처럼, 스스로를 속여서 하는 일에서는 가치를 찾을 수 없다. 생각해 보면 내가 일하면서 힘들었던 적 역시,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말하지 않거나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말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을 때가 아니었나 싶다. 일을 하다 보면 필연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들이 찾아오겠지만, 자신의 일을 오래도록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나를 속이지 않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 유수진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를 썼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글로 쓰고 읽는 일을 좋아합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위태로운 생각을 마음속에만 가두는 일이며, 그 생각을 꺼내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글쓰기라고 믿습니다.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회사 밖에서는 작가로서 글을 쓰고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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