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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Dec 01. 2018

연초에 적은 버킷리스트, 연말에 꺼내본 적 있나요?

2019 버킷리스트가 기대되는 이유  

올해 1월에 적은 버킷리스트는 단순히 이루는 데만 목적을 둔 것은 아니었다. 이루는 데만 목적을 두었다면 나는 지금 빈약한 의지를 탓하거나 변명 거리를 짜내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2018 버킷리스트는 가급적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들을 위주로 채워나갔다.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한 번쯤 현실로 만들어보고 싶은 것들도 적절히 버무려 섞었다. 대단한 것을 이루지 못할지라도 시도해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면서.


올해 버킷리스트는 80퍼센트 이상 이루어졌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고, 남들이 보기엔 10퍼센트도 이루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시도'에 높은 점수를 주기로 했다. 결과가 어찌되었든간에 버킷리스트를 제대로 사용해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고, 그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다. 내가 버킷리스트에 이토록 책임감을 갖고 꾸준히 상기시킬 줄은 몰랐고, 가장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항목을 현실로 이루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18년 1월, 카페 구석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9개의 버킷리스트 항목을 손글씨로 적었다. 2018년이 딱 한 달이 남은 이 시점에, 그날에 적은 9개 항목을 펼치고 하나하나 다시 뜯어보려고 한다.


 

일주일에 1번 이상 등산

4월 정도까지 한두 번을 제외하고 잘 지켰다. 그 이후로 피곤함, 주말 약속 등 갖가지 이유로 인해 격주에 한 번, 3주에 한 번이 되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을 지키지 못해 속상하기도 했지만 사내에서 하는 요가 클래스에도 참여하고, 매일 홈스트레칭도 하고, 온 서울 동네를 다 걸어다니기도 했으니 마냥 운동을 포기했다곤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제 서른을 넘은 나이가 되다보니 예전만큼의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2019년에는 2018년보다 하고 싶은 일들이,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으니 체력 단련에 좀 더 집중해야겠다.


오픽 AL 취득

인터넷 강의 2/3 수강, 책 구입까지 진행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시험을 치르진 못했다. 영어에 대한 목마름은 간절하지만 '시험'에 대한 부담감은 도통 줄어들 생각을 않는다. 그래서 나름 큰 투자를 감행해 1:1 영어회화 과외를 받아봤다. 퇴근 후 카페에서 과외 선생님과 영어로 대화를 하는 수업이었는데, 집중하기 어려운 주변 환경도 문제였지만 주1회, 1시간의 만남은 턱없이 부족했다. 여러모로 나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한 달만에 그만두었지만, 시도해봤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오픽 시험은 2019년에 다시 도전하련다.


일주일에 1편 이상 글쓰기, 브런치 구독자 1,000명 만들기, 책 출간하기

올해 가장 자랑할만한 수확은 브런치를 시작하고 꾸준히, 정말 꾸준히 글을 썼다는 것이다. 포기가 빠른 내가 ’꾸준히’를 실천했던 적이 있던가! 올해 쓴 글이 총 100편 정도가 되니 일주일에 2편 정도 글을 쓴 셈이고,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구독자 1,000명 만들기'를 목표로 잡으니 글을 쓰는 재미가 더했다. 결과적으로 구독자는 1,000명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애초에 크게 목표를 잡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구독자 수를 만들지 못했을 것 같다. 내 글을 읽어주시는 600명에 가까운 분들이 계시다는 게 이따금씩 놀랍기도 하고, 2019년에도 변함없이 쭉 글을 써나갈 힘줄이 생긴 것 같다. 더불어, 책 출간도 머지 않았다.


일주일에 1번 음악 배우기

몇 번을 망설이다 보컬 학원에 등록했다. 노래부르는 걸 좋아해 전문적으로 보컬을 배워보고 싶었지만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아이돌'을 꿈꾸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쑥스러웠다. 보컬 레슨도 한 달만에 그만두었지만, 만약 보컬 학원에 등록하지 않았더라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해보지 못함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했을 것이다. 또, 내가 노래를 잘 부르는 것보다는 노래방에서 시원하게 내지르고 스트레스 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 이 역시 의미있는 수확이다.


운전 배우기

2011년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그 당시엔 마치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따듯이 '언젠가 쓰겠지'라는 마음으로 취득했는데, 작년부터는 진짜로 핸들을 잡고 운전을 해보고 싶다는 로망이 생겼다. 운전하는 게 멋있어보이기도 하고,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생활 범위가 넓어지고 편리할 것 같았다. 곧장 방문 연수를 신청하고 10시간 동안 연수를 받았지만, 소유한 차가 없고 꾸준히 운전을 할 만한 일이 없다보니 실질적으로 운전대를 잡지는 못하고 있다. 운전은 조금 더 준비해서 내년 말쯤에 다시 시도해보련다.


한달에 3권 이상 책읽기

꾸준히 글을 쓰려면 그만큼 보고 듣고 말하고 읽어야 하는데, 나는 보통 책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다. 브런치에 쓰는 글도 대부분 읽는 책에서 주제를 얻다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많이 읽을 수밖에 없다. 정확히 세어보거나 모든 책을 첫장부터 끝장까지 꼼꼼히 읽진 않았지만 한달에 3권 이상은 충분히 읽었다.


혼자 여행가기

무더웠던 여름에 혼자 제주도로 떠났다. 혼자 하는 여행은 두 번째였는데, 혼자 비행기까지 타고 여행을 간 건 난생 처음이었다. 우습지만 서른을 맞이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고, 한 번쯤은 진지하게 내 인생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내 인생을 스케치해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치스러운 호텔에서 로브를 걸친 채 맘껏 여유를 부리고, 에메랄드빛 바다를 넘치도록 눈에 담고,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은 채 오로지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채우는 여행다운 여행이었다. 매년 한 번쯤은 꼭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다.


주식 시작해보기

처음으로 주식을 사봤다. 이 과정에서 세상에는 어떤 주식들이 있고, 어떤 정보들이 있고, 그 정보들을 사람들이 어떻게 활용하는지 티끌만큼이나마 흐름을 볼 수 있었다. 주식이라는 게 영 내 성격과는 맞지 않아 구입한 주식들을 모두 처분하고 손을 털어냈지만, 새로운 분야에 발을 디뎌본다는 건 역시 흥미로운 일이다.


해외 여행 가기

2018 버킷리스트 중 유일하게 아예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항목이다. 올해는 속초 두 번, 제주도, 여수, 이렇게 총 네 번의 짧은 국내 여행을 다녀왔지만 해외로는 나가지 않았다. 사실 나는 해외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으면서도 짐싸기를 매우 귀찮아하는 이중적인 성격이라 막상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고 해도 안 갔을 확률이 높다. 여행도 때가 있는 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올해 버킷리스트에는 그 어떤 때와는 다른 간절함이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내 꿈을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있었다. 백 퍼센트 이루겠다고 다짐했더라면 올해도 버킷리스트를 포기해버렸을지도 모른다. 다만 적었던 것을 꾸준히 되뇌고,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했을 뿐인데 버킷리스트의 대다수를 이뤄낼 수 있었다.


20대였던 내가 30대인 'J'언니에게 "30대가 되면 뭐가 좋아요?"라고 물었다. J언니는 ”나는 40대가 더 기다려져!”라며 생각지 못한 대답을 했다. 첫 30대의 일년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 J언니의 대답이 어떤 의미였는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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