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좋은 투자를 하는 방법

by 유수진

축구 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은 자신의 시간을 아들과 함께 성장하는 데 투자했다. 그는 손흥민이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결심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늘 아들의 곁에 붙어 다니며 엄격한 지도자의 역할을 해왔다. 사람들이 '의붓아버지'가 아니냐고 의심할 정도로 훈련의 강도가 높았지만 훈련이 끝나면 손흥민은 바로 '아빠~'하고 부르며 손웅정에게 매달리고 애교를 부렸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뒤로한 것은 아니었다.


손흥민이 대한축구협회의 우수선수해외유학 프로그램에 선발되자마자 손웅정이 한 일은 춘천에서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유학생을 찾는 것이었다.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아들이 독일어 한 마디라도 익혀 독일에 갈 수 있도록 과외를 시켜준 것이다. 그래야 먼 이국땅에서 덜 주눅들 테니까. 뿐만 아니다. 손흥민이 독일로 간 지 1년이 흘렀을 무렵,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손웅정도 독일로 건너갔다. 난방도 되지 않는 싸구려 숙소에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버텨낼 만큼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는 아들의 전담 마사지 선생님을 독일로 모셔오기 위해 큰돈을 들여 항공편을 예약하기도 했다.


그의 투자를 좋은 투자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손흥민이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된 지금 돌이켜보면 그의 투자는 신의 한 수였고, 세상에서 가장 탁월한 투자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그 당시에 그의 몰골을 본 사람들은 미쳤다고 말했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이런 관리를 통해 흥민이가 선수로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구장에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 경기력을 펼쳤을 때, 관중들의 박수를 받을 때,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면, 그걸 돈으로 바꾸겠는가? 이 행복이 돈으로 환산이 가능하겠는가? '행복'을 생각하면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번 돈을 그대로 다 쓴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행복'과 '성장'이다.
- 손웅정,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중에서



만약 자식을 세계적인 축구 선수로 만들어주는 보장형 보험이 있다면, 대신 현재의 전재산을 내놓아야 한다면, 당신은 전재산을 투자할 것인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세상에 그런 보험은 없기 때문이다. 모든 투자는 그와 반대다. 성공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투자를 망설인다. 그러다 몇 년 뒤, 누군가 전재산을 투자해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때 땅을 치고 후회한다. 나도 그때 전재산을 투자했어야 하는데!


손웅정은 결과를 보고 투자하지 않았다. 그의 투자를 결정한 것은 '행복'과 '성장'이었다. 독일어 선생님을 구한 것은 아들을 세계적인 축구 선수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국땅에서 주눅 들지 않고 축구에 전념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투자였고, 전담 마사지 선생님을 모셔온 것 역시 부상당하지 않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본인의 기량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성공과 성장, 그 차이를 이해하면 비록 결과가 나쁘게 나오더라도 얼마를 투자했든 후회가 없다.


손웅정의 투자 비법은 시대를 거슬러 그의 아버지 시대에서부터 이어진다. 손웅정이 초등학생이었던 1970년대는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군사정권 시절이었다. 초등학생 웅정은 축구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운동화를 사 신을 형편도 안 되는 데다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버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기 때문에 아버지는 웅정이 축구를 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자기 웅정에게 축구부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쌀 다섯 말을 줄 테니 가서 네가 원하는 대로 해보라고 했다. 우연히 술집에서 만난 축구부 코치들이 아들의 재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마음이 바뀐 것이다.


"그 양반들이, 네가 잘 뛴다더라."


과연 웅정의 아버지가 아들의 대단한 성공이나 부를 예측하고 쌀 다섯 말을 투자했을까? 아니다. 어쩌면 막내아들 칭찬에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 얼떨결에 내지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렇게나 축구가 하고 싶다는 막내아들의 간절함과 재능을 알아봐준 사람들의 한 마디, 웅정의 아버지는 바로 거기에 투자했다. 비록 웅정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선수로서 이른 은퇴를 해야 했지만, 흥민에게로까지 이어진 축구 인생은 웅정의 아버지가 투자한 쌀 다섯 말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투자는 생산을 결정한다. 투자를 해야 뭔가를 얻을 수 있다.
- 손웅정,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중에서 


지난해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는가? 그렇다면 올해에는 투자를 하자. 돈을 더 투자해야 한다면 외식에 쓰는 돈을 아끼고,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면 잠자는 시간을 아껴서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왕 투자를 할 거라면 좋은 투자를 하자. 비록 실패로 끝나더라도 상관없을 만큼 그 과정이 행복하고 내게 성장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투자를 망설일 필요가 없다. 좋은 투자 없이는 좋은 결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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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HR, SaaS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9년차 마케터이자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에세이를 2권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 일글레 � 구독 신청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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