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길을 만든 사람, 송은이

by 유수진

개그우먼 송은이 씨는 현재 '컨텐츠랩비보'라는 회사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7년 전, 20년 경력에도 불구하고 어느 방송사에서도 자신을 불러주지 않자 더 이상 무기력하게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고, 그녀와 친분이 두터웠던 동료 개그우먼이자 현재 컨텐츠랩비보의 이사인 김숙 씨가 한 프로그램에서 하루아침에 잘리는 모습을 보고는 '우리가 그만두기 전에 없어지지 않을 방송국을 만들자'라는 결심이 선 것이다.


첫 시작은 볼품없고 다사다난했다.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 건물의 1층 작은 공간을 월월세로 빌려 사무실을 만들었다. 팟캐스트를 해보겠다고 낙원상가에서 이것저것 장비를 사서 팟캐스트를 시작했는데,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음질이 영 엉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염려했지만 그들은 즐거웠다. 공중파에서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캐스팅되지 않을까 봐 걱정할 일도, 하루아침에 잘리진 않을까 불안해할 필요도 없었으니까.


팟캐스트 '비밀보장'의 청취자는 하루하루 빠르게 늘더니 방송 5회 만에 팟캐스트 1위를 달성했다. 공중파에서는 기회가 없어 보여주지 못했던 그녀들의 포텐이 팟캐스트를 통해 폭발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컨텐츠랩비보는 회사 설립 후 약 7년 만에 7층짜리 신사옥을 설립했고, 송은이 씨는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개그우먼에서 7층짜리 건물주 CEO가 되었다.


출처 : 유튜브 '비보티비'


김숙 씨는 프로그램에서 잘렸던 때를 회상하며 '개그우먼 인생의 끝이 보였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방송 관계자들이 자신을 부를 일은 없을 테니 자신의 재능이 쓰일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재능과 비례하여 설 무대가 주어지지 않는다. 주어지는 무대가 전부도 아니다. 그녀가 스스로 자신이 설 무대를 만든 후, 2020년 KBS 연예대상을 수상하고 제2의 개그우먼 인생을 활짝 피운 것처럼 말이다.


진짜 당신이 누구인지는 당신의 환경을 보고 아는 게 아니라 그 환경에 당신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 개리 비숍, <시작의 기술> 중에서



아무도 나를 섭외하지 않는다면, 내가 나를 섭외하겠다는 마음가짐. 송은이 씨가 CEO로 성공할 수 있었던 떡잎은 이미 그 마음가짐 속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송은이 씨가 회사 설립 후 자기적성검사를 봤는데, 사무직이 본인과 잘 맞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공중파에 출연하는 개그우먼의 길만 고집하며 섭외되기만을 기다렸다면, 중년의 나이에 진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었을까?


나는 앞으로 점점 더 '주어진 무대'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 속에서, 오지 않는 기회를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의 손해일 뿐이다. 다른 길이 눈에 보이지 않아 절망스러울 때도 있겠지만 꼭 믿었으면 한다. 세상의 길은 하나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없던 길을 만들어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그 증거이다.



글 | 유수진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를 썼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글로 쓰고 읽는 일을 좋아합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위태로운 생각을 마음속에만 가두는 일이며, 그 생각을 꺼내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글쓰기라고 믿습니다.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회사 밖에서는 작가로서 글을 쓰고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