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에서 주심에게 항의를 하다 레드카드를 받았다. 후반전 막바지, 한국이 코너킥을 얻은 상황에서 앤서니 테일러 심판이 그대로 경기를 끝내버리자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벤투 감독은 심판에게 달려가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격렬하게 항의를 한 벤투 감독에게 심판은 퇴장을 선언했고, 벤투는 월드컵 최초로 레드카드를 받은 감독이 되었다.
이로 인해 벤투는 다음 경기인 포르투갈전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지휘를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 팀으로서는 불리한 상황이 되었고, 벤투는 기자 회견에서 자신의 잘못이라며 사과를 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벤투의 리더십에 박수를 보냈다. 좀 더 냉정하게 대처했더라면 감독이 퇴장을 당하는 상황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벤투가 김영권 선수의 퇴장을 막기 위해 일부러 본인이 더 격렬하게 항의하여 대신 레드카드를 받은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심판에게 항의하자마자 뒤돌아서서 선수들을 다독이고 다른 관계자들과 따뜻하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전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의도가 무엇이었건 간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우리 팀이 당한 억울한 상황에 맞서 싸웠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만약 심판이 종료 휘슬을 불었을 때, 벤투가 강력하게 항의하는 선수들을 꾸짖고 냉철하게 상황을 정리했다면 어땠을까. 레드카드를 받지 않았을지언정 선수들이 진심을 다해 믿고 따를 수 있는 감독이 되지는 못했을 것 같다. 팀이란 무엇인가? 승리했을 때는 함께 환호하고, 패배했을 때는 함께 슬퍼하며, 불의를 당했을 때는 함께 분노하는 것이 아닌가. 필드에서 뛰는 선수만 팀이 아니다. 필드 밖에서 마음을 다해 함께 뛰는 감독도, 집에서 TV를 보며 응원하는 국민도 팀이다. 우리가 먼 나라에서도 함께 울고 웃는 이유다.
"네가 참아라."
"네가 이해해라."
"네가 좀 맞춰줘라."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좀 더 참아야 한다고, 내가 이해해야 한다고, 내가 맞춰줘야 한다는 말을 듣곤 했다. 그래야 불편한 상황이 빨리 수습되고, 역정을 내봤자 결과가 달라질 리 없다는 건 잘 알았지만 그저 참으라고만 하는 말을 따를 수는 없었다. 그 말이 왜 이렇게 불편했을까 궁금했는데 목에 핏줄을 세우고 심판에게 항의하는 벤투 감독을 보며,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글 | 유수진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를 썼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글로 쓰고 읽는 일을 좋아합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위태로운 생각을 마음속에만 가두는 일이며, 그 생각을 꺼내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글쓰기라고 믿습니다.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회사 밖에서는 작가로서 글을 쓰고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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