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당거래>의 줄거리(결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부당거래>는 전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연쇄 살인 사건의 용의자 검거가 계속 실패하면서 시작된다. 대통령까지 직접 사건에 개입하자 경찰청은 가짜 범인이라도 만들어서 사건을 종결짓고자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황정민)에게 사건을 맡긴다.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이 승진에서 누락된 최철기는 위험한 제안임을 알면서도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최철기는 용의자 선상에 섰던 사람들 중 가짜 범인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이는 이동석을 지목하고, 자신의 스폰서인 해동건설 대표 장석구(유해진)에게 이동석을 잡아오라고 시킨다. 이동석은 유아 성범죄 전과가 있는 자로, 교도소 출소 후 지적장애가 있는 아내와 7살인 딸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 장석구는 이동석에게 많은 돈을 줄 테니 가짜 범인이 되어 달라고 회유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 사형 당할까 봐 그래? 야, 이런 게 있어. 심신장애로 인해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구분을 잘 못하거나 아니면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에 한해서 그 사람이 한 거에 대해서는 벌하지 아니한다. 이런 게 법에 있어. 형법 제 10조 1항에 딱 그렇게 써 있어. - 영화 <부당거래> 장석구 역 유해진 대사 중
이동석은 이미 이전에도 유아 성범죄 사건에 대해 징역 12년 선고를 받았지만 심신장애로 인해 6년으로 감형을 받은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장석구의 말에 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억이 찍힌 통장을 들고서도 결심을 못 내리자 그런 그에게 장석구는 회심의 멘트를 날린다.
울 이유가 전혀 없는데 울고 있네? 바보같이. 야, 우리나라는 말이야. 아무리 쳐 죽일 짓거리를 하더라도 미친놈은 절대 사형을 시키지 않아. 병원 가서 치료를 받게 한단 말이야. - 영화 <부당거래> 장석구 역 유해진 대사 중
이 영화에서는 검사와 스폰서, 형사와 스폰서, 그리고 검사와 형사 사이에서 수많은 '부당거래'가 오고가지만, 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부당한 거래라고 느껴진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심신미약', 즉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미약한 상태이면, 사람을 죽여도 감형을 받을 수 있는, 바로 이 '거래' 말이다.
최근 뉴스에 등장하는 범죄자들을 보면, 그들이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심신미약'과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부당거래> 장석구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아무리 쳐 죽일 짓거리를 하더라도 미친놈은 절대 사형을 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국민으로서 의문이 든다. 왜 흉악 범죄자의 살해 '의도'에 초점을 맞추는지, 그들이 어찌 피해자의 쾌유를 빌고 반성문을 제출할 기회와 발언권을 갖는지 말이다.
영화 <부당거래>의 결말은 이동석이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지며 마무리 된다. 그를 가짜 범인으로 만들기 위한 모든 부당거래가 헛수고로 돌아간 것이다. 그와 함께 밝혀진 또 하나의 진실이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동석의 딸이 친딸이 아닌 의붓딸이었다는 것. 그것인즉슨 그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사람과 결혼한 이유가 바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어린 딸을 성폭행하기 위함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심신이 미약한 사람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심신이 미약할 뿐이다. 범죄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거래’를 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