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글레터

나만의 영법으로 소신 있게 헤엄치기

by 유수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황선우 선수가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황 선수의 모습에서 조금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않으셨나요? '저러다 부딪히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한쪽 레인에 바짝 붙어 수영을 하거든요. 그 이유가 뭘까요? 오늘의 일글레는 '나만의 영법으로 소신 있게 헤엄치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황선우 선수 모습 (출처 : 스브스스포츠)


대부분의 수영 선수들이 레인 중심부에서 수영을 하는 것과 달리, 황 선수가 한쪽 레인에 바짝 붙어 수영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는 사람 눈에는 아슬아슬해 보일지 몰라도 그렇게 해야 본인이 심리적으로 더 안정감이 들고, 더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해요.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고집'이라는 평가를 받았겠지만, 자기만의 방법을 소신 있게 밀고 나간 덕분에 자유형 200m 아시아 최강자가 되었죠.


살면서 "너는 왜 그렇게 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거나, 비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 듣는 말이겠죠. 저는 비슷한 말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이를 테면, 직업상 인터뷰를 할 때가 많은데 인터뷰이의 말을 녹음하는 대신 모든 말을 현장에서 타이핑으로 쳐서 받아 적어올 때요.


제가 그렇게 하는 이유도 황 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저는 그렇게 하는 게 더 편해요. 인터뷰를 할 때 녹음을 하면 좋은 점은 현장에서 온전히 인터뷰이와 눈을 맞출 수 있고, 혹여 인터뷰이의 말을 놓치더라도 나중에 녹음본을 다시 들어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제가 녹음을 하지 않는 이유는, 녹음을 하면 오히려 '나중에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현장에서 인터뷰이의 말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녹음이 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인터뷰이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것도 싫고요. 녹음중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말에 필터를 끼우게 되니까요. 녹음을 하지 않으면 인터뷰이는 본인도 모르게 미리 준비해온 이야기뿐만 아니라 준비하지 않았던 이야기까지 하게 돼요. 그러니 인터뷰 콘텐츠는 뻔하지 않은 이야기로 풍성해지죠. (한때 한컴타자연습에 미쳐 타자 속도가 무척 빠르기에 가능한 이야기지요.)


오해하지 마세요. 당신의 이야기에 극도로 집중하고 있는 상태랍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너는 왜 그렇게 해?"라는 말을 들었다면 두 가지 중 하나일 거예요. 내 방법이 틀렸거나 남들과 다르거나. 전자일 가능성도 있으니 먼저 주변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어요. 반면 후자라고 확신한다면, 나만의 방법을 소신 있게 밀고 나가야 해요. 남들과 다른 나만의 방법이 있다는 건, 그만큼 많은 방법을 시도해보고 최적의 방법을 찾았다는 뜻이니까요.


그러다 망하면 어떡하냐고요? 나만의 방법을 밀고 가다 망하면 자기 탓, 잘 되면 자기 덕이겠죠. 레인과 가까이 수영을 하다가 레인에 부딪히면 황 선수의 탓이고, 금메달을 따면 황 선수의 덕인 것처럼요. 주변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황 선수는 입고 먹는 것, 훈련 방식 등 수영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직접 고르고 판단한다고 해요. 모든 것들을 본인이 결정하니 책임도 스스로 지죠.


제2의 박태환도 좋지만 제 이름 황선우를 더욱 더
수영에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국가대표 황선우 선수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신 있게 헤엄쳐 금메달을 딴 선수답게, 그에게는 '제2의 박태환'이라는 수식어보다 '제1의 황선우'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듯 해요. 각자의 영역에서 '제1의 OOO'이 되고 싶다면, 누구에게나 '좋은 방법'이 아닌, 자기만의 영법으로 소신 있게 헤엄쳐 보자고요.


일글레 발행인 유수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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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글레는 교육, HR, SaaS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9년차 회사원이자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에세이를 2권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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