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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Jan 06. 2024

2024년의 목표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나 자신을 먹여 살리려고요

빗속에서 일하고 있는 나연 씨의 모습 (출처 : 유튜브 휴먼스토리) 

사람들은 24살의 나연 씨를 '아줌마'라고 부릅니다. 보통 40대 이상의 여성 분들이 많이 하는 '요구르트 판매원'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전에는 쿠팡 보안요원으로 일하다가 인원을 감축한다고 해서 5-60대의 분들에게 일자리를 양보하고 그만두었습니다. 비교적 젊은 자신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 거죠.


룸메이트였던 친구는 월세를 가지고 튀었습니다. 혼자 살만한 곳을 찾다가 부천으로 오게 됐고, 우연히 요구르트 판매원으로 일하게 된 거죠. 아침 6시 반부터 저녁 8시 반까지, 1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요구르트 배달을 하면서 월 매출 1,100만 원을 찍은 적도 있습니다. 왜 그렇게 일찍부터 일을 시작하냐고 물으니 나연 씨는 "일찍 일을 시작해야 행복하다"라고 말합니다. 왜 그렇게 늦게까지 일을 하냐고 물으니 "나 자신을 먹여 살리려고요. 지 인생 지가 사는 건데, 대충 살아봐요."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친구가 월세를 먹고 튄 덕분에(?) 이 일을 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나연 씨의 영상에 '24살의 아가씨가 요구르트 판매원으로 일하기엔 아깝다'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틀린 말도 아닙니다. 확실히 맞는 말도 아니죠. 나연 씨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잘 먹여 살리고 있고,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으니까요. 대학을 못 나와 용의 꼬리는 되지 못할지언정, 뱀의 대가리는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청년이 대학을 나온 이들보다 못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나연 씨는 분명 용보다 더 큰 사람이었습니다. 


내 인생, 남이 대신 살아주는 거 아니니까 


나 자신을 먹여 살리는 일에 있어서, 저는 지난해 2가지 잘못을 한 것 같습니다. 첫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막연한 걱정을 한 점입니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인원을 감축하는 추세이고, 인간의 업무 영역을 로봇으로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아직 젊고, 유능하고, 도전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사람이라는 점을 스스로 더 믿어주어야 합니다. 나연 씨는 요구르트 판매원직의 장점으로 '능력만큼 벌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쿠팡 보안요원을 그만두고 요구르트 판매원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도,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어서였다고 말했죠. 현관문을 나설 힘이 남아 있는 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것이 아닌 '내 능력이 과연 어디까지일까'를 실험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둘째는 내 인생 내가 사는 건데, 남의 인생과 비교를 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자주 빠지는 최악의 늪이 하나 있다면 바로 '비교'인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비교하는 것이 바로 '일의 성과'입니다. '저 사람은 벌써 저만큼이나 해냈는데 그동안 난 뭘 한 거지'하며 자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 거죠. 물론 좋은 경쟁자를 두면 덩달아 같이 성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경쟁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금방 비교의 늪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만약 제가 나연 씨와 같이 요구르트 판매원으로 일했다면 저는 절대로 나연 씨를 이기지 못했을 겁니다. 일이 정말 재미있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게 좋아서 요구르트계의 왕이 되겠다는 나연 씨를 과연 누가 이길 수 있을까요?


변화를 원할 때는 냉정하게 자신에게 물어보라. '나는 지금 이 상태에 계속 머물고 싶은가? 아니면 성장과 긍정적 변화를 진심으로 원하는가?'
- 보도 섀퍼, <이기는 습관> 중에서


저는 2023년에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변화하기로 결심했죠. 그리하여 2024년의 제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한계를 두지 않고 폭발적으로 실험하는 것, 그리고 절대로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 올해 일글러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 콘텐츠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 입니다. 일글레 구독 하시면 매주 수요일마다 이메일로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일글레는 교육, HR, SaaS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회사원이자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에세이를 2권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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