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지난 주에 경주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몇 주 내내 비가 내리던 서울과 달리 경주는 해가 쨍하니 떠 반가웠는데요. 체감 온도가 68(?)도였던지라 무척이나 땀을 많이 흘렸네요. 아참, 제 생일도 있었습니다. 어렸을 땐 생일이면 괜히 특별하게 보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고 싫었는데요. 서른 여섯 번의 생일을 겪고 보니 어쩌면 저는 그 누구보다 매년 특별한 생일을 보내온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생일도 빠짐없이 엄마가 만들어주신 미역국과 갈비와 잡채를 먹는 일보다 더 특별한 건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요. 여행과 생일을 핑계삼아 일과 글쓰기를 잠시 쉬었다는 뜻입니다. 사실 근래 조금 힘든 일도 있었는데요. 약 2주간 정신을 못 차리다가 다행히 지금은 완전히 회복했어요.
좋은 일은 서서히 다가오지만 나쁜 일은 갑작스럽게 쳐들어 오곤 하죠. 그럴 때마다 저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온 이 대사가 떠오릅니다. 내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내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요. 처음엔 이 말에 무릎을 탁 치며 공감을 했었는데, 힘든 일을 겪고 보니 이 말이 어딘가 조금은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내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심각한 일이고, 내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심각하지 않은 일일 뿐, 남들의 시선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이번에 배우게 됐거든요.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 상처받지 않고 살아야 행복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다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세상의 그 어떤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상처받아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중에서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사실만 굳게 기억하면 갑작스럽게 닥친 불행에도 너무 오래 늪에 빠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나긴 장마와 더위에 지치는 요즘, 지난 여행 사진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 봅니다. 잘 놀고 잘 쉬었으니 다음 주에 더 단단해진 일글레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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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글레는 교육, HR, SaaS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회사원이자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에세이를 2권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