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위한 타고난 재능과 꾸준한 노력에 대하여

노래하듯이 쓰고 한자 공부하듯이 쓴다

by 유수진


"글을 잘 쓰려면 타고나야 하나요, 아니면 노력만 하면 누구라도 잘 쓸 수 있나요?"


간혹 이런 질문을 받는다. 굳이 따져보자면 글쓰기의 50%는 재능, 50%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몇 퍼센트의 재능과 몇 퍼센트의 노력이 있을까?

그리고 내게 조금의 글쓰기 재능과 그보다 조금 더 많은 노력이 있다면 그것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글쓰기를 위한 재능에 대하여


2013년, 대학을 졸업할 때쯤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출판사에서, 글을 잘 쓴다며 작가 겸 편집자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받았다. 그 후 나는 6개월동안 14권의 동화를 썼고, 또 그만큼의 동화를 편집했다.

돌이켜보면 왜 더 잘 쓰지 못했을까 하며 아쉬운 작품도 있지만, (넓은 아량을 갖고 보면) 그럭저럭 봐줄 만한 작품도 있다.


내가 동화책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부족하게나마 어느 정도 재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재능이 학창시절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나의 취향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음악 수업을 좋아했다. 친구들은 음악 시간에 선생님 몰래 도망칠 정도로 노래 부르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 내 순서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음악 시간을 좋아했다. 노래를 그럭저럭 꽤 불렀기 때문이다. 비록 가수가 될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노래방에 가서 노래 좀 한다는 소릴 들었으니, 남들이 듣기에 꽤 괜찮게 노래를 불렀던 모양이다.


내 노래 실력이야 어찌됐건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잘 부른다는 건 노래를 이해할 줄 안다는 것이다. 강하게 불러야 할 때 강하게 부르고, 약하게 불러야 할 때 약하게 부를 줄 안다는 것이다. 흥이 오를 때는 기분 좋게 추임새도 넣을 줄 안다는 것이다. 듣는 사람의 입맛에 맞추어 듣기 좋은 노래를 부를 줄 안다는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잘 쓴다는 건 글을 이해할 줄 안다는 것이다. 임팩트를 줘야 할 때 강한 임팩트를 주고, 덤덤하게 써야 할 땐 담백하게 쓸 줄 안다는 것이다. 독자의 심장을 찌르는 한 문장을 쓸 줄 안다는 것이다. 읽는 사람의 입맛에 맞추어 읽고 싶은, 읽기 좋은 글을 쓸 줄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도 노래를 부르듯이 쓰려고 한다.




글쓰기를 위한 노력에 대하여



엄마는 내가 엄청나게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신 적이 없다. 늘 '지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주셨고, 나는 내 욕심만큼 반에서 3~8등 정도를 유지했다. 엄마가 공부 좀 하라고 닦달하지 않아도 그 정도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고 누가 읽어주든 읽어주지 않든 꾸준히 글을 써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해오던 한자 공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눈높이'로 한자 공부를 시키셨는데, 딸의 성적에 대한 욕심이 없으셨던 엄마가 그렇게 오래동안 한자 공부를 시키셨던 걸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똑같은 한자를 10번씩, 그렇게 수많은 한자를 써야 하기에 친구들 중에 한자 공부를 좋아하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똑같은 한자를 여러 번 쓰는 것이 별로 지루하지 않았다. 쓰면 쓸수록 점점 더 예쁘게 써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고, 그렇게 10번을 쓰고 나면 하나의 한자가 머릿속에 각인이 되었다.


아마도 학교 밖에서 시험을 본 건 한자급수시험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 꽤 높은 급수의 한자 시험을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점점 더 많은 한자를 외우고 점점 더 높은 급수의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건 큰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내가 높은 급수의 시험에 통과한다고 해서 엄마가 꼬까신을 사준다거나 어떤 보상을 주신 것도 아닌데, 나는 또 다음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더 어려운 한자를 공부했다.


한자를 공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꾸준함과 진득함이 필요하다. 月火水木金土日만 배우고 말 것이 아니라면 최소 1년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무조건 연필로 많이 써봐야 한다. 한 획 한 획 내 손으로 그어보지 않으면 한자를 이해할 수도 외울 수도 없다. 획수가 많은 복잡한 한자일수록 더더욱 많이 써봐야 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을 잘 쓰려면 자주 글을 쓰는 꾸준함과 2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 앉아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는 진득함이 필요하다. 그 꾸준함은 최소 1년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무조건 많이 써봐야 한다. 내 생각을 글로 직접 써봐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복잡한 생각일수록 더더욱 많이 써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도 한자 공부하듯이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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