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속에 기획이 숨어 있다
카드뉴스를 몇 차례 만들면서 깨달은 점은, 포토샵이든 PPT든 프로그램을 열기 전에 먼저 A4용지와 펜부터 꺼내야 한다는 것이다. 무작정 카드뉴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카드뉴스를 왜 만드는지, 어떻게 만들 것인지 기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획 없이 카드뉴스를 만들기 시작하면 중간중간 수정해야 할 부분도 너무 많이 생기고, 다 만들고 났을 때 카드뉴스 갯수가 너무 많아지거나 너무 적어지는 불상사가 생긴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카드뉴스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깨달은 후로, 카드뉴스를 만들기 전에 먼저 이 카드뉴스를 왜 만드는지부터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이 카드뉴스는 누구를 위한 것이며, 무엇을 알리기 위한 것인가?
그 다음, A4용지를 8등분으로 나누고 그 안에 들어갈 큼직큼직한 내용을 적는다. 카드뉴스를 꼭 8장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크게 8등분으로 나누면 카드뉴스의 전체 구성이 잡힌다.
부끄럽지만 내가 만든 카드뉴스 중 하나로, SEF(Software Edu Fest)2017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카드뉴스다. 무려 81세라는 고령의 나이에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가 연사로 참여하시게 되었지만,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가 어떤 할머니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SEF2017은 소프트웨어에 관심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컨퍼런스였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나이가 많은 분들도 소프트웨어에 관심만 있다면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의 이야기로 담아내고 싶었다.
첫 장의 제목은 '게임 앱을 개발한 81세 할머니, 와카미야 마사코'로 잡았다. 81세 할머니가 게임 앱을 개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사실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적는 것이 가장 사람들의 눈에 띌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어서 두 번째 장에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속의 메신저, 게임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은 꼭 개발자만 만들 수 있는 걸까요?" 라고.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몇 년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라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흔한 편견은 어렵고 딱딱할 것이라는 점인데, 소프트웨어 분야가 소수의 개발자만 접근할 수 있는 분야였다면 81세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도 게임 앱을 개발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이 겪으셨을 테지만,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결국 해내시지 않았는가.
그 다음 할머니가 게임 앱을 만들게 된 동기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약간의 불편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직접 나서서 앱을 만들었다는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의 이야기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특별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앞장에서는 단순히 '게임 애플리케이션'이라고만 설명했지만, 본론에서는 게임 애플리케이션의 이름인 '히나단'을 명시했다.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게임 애플리케이션인지 직접 사용해보고 싶을테니 '히나단'에 대한 설명이 빠져선 안 된다.
그런데 왜 앞장에서 '히나단'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을까? '히나단'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히나단을 모르는 사람이 '히나단을 만든 81세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라는 제목을 봤다면 '일본에서 할머니들이 흔히 만드는 무엇인가보다' 하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까?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가 궁금해질 무렵, 이야기가 끝이 난다. 대신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한 가지 해결 방법이자, 이 카드뉴스가 시작된 이유를 소개할 차례다.
SEF2017에 참여하시면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음을 알리며 카드뉴스가 끝이 난다.
이 카드뉴스로 이야기를 펼친 이유는, 잘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 나름 이 카드뉴스 안에 기획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냥 되는 대로 써내려간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이 카드뉴스의 첫장을 클릭해서 마지막 장까지 읽게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8등분된 A4용지 안에서 내 나름의 전략을 짰기 때문이다.
2017년 4월 1일에 열린 SEF2017에는 총 1,500여 명의 관객이 참여해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를 직접 만났으며, '히나단' 개발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