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여 길게 쓰고 싶지 않은 날

헤밍웨이가 되려면 멀고도 멀었다

by 유수진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판매 : 아기 신발. 한 번도 안 신었음)


헤밍웨이가 썼다고 알려진 여섯 단어짜리 소설이다. 짧아도 너무 짧지만 장편 소설을 읽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깊은 여운을 준다. 자극적인 사건 하나 없이 강렬하다. 구태여 길게 쓰지 않아도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전달할 수 있다면 여섯 단어라도 충분하다.

구태여 길게 글을 쓰고 싶지 않은 날, 헤밍웨이가 썼다는 이 여섯 단어짜리 소설이 떠오른다. 툭, 하고 써내려간 한 문장이 엉키고 엉킨 생각의 실타래를 가지런히 풀어주기를. 구태여 길게 쓰지 않아도 오랜 시간 침잠해있던 목젖 아래 무언가를 다시 뛰게 하기를.


헤밍웨이가 되려면 멀고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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