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읽다가 하루가 다 갔다

업무 메일 쓰기 ① 왜 잘 써야 할까

by 유수진

업무 메일을 읽다보면 도대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메일이 있다. 나에게 뭘 요청하고 싶은 건지, 뭘 궁금해 하는건지, 이 메일을 쓴 의도가 뭔지 한 번 읽어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읽었던 문장을 다시 읽고, 또 읽고, 옆으로 읽고, 뒤로 읽다보면 '이런 뜻인가?' 하고 이해가 될듯 말듯도 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문득 화가 난다. "내가 왜 이 메일 하나 읽는 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지?!!!!!" 정말로 메일을 읽다가 하루가 다 가버린 날도 있다.


내가 제대로 된 업무 메일을 쓰기 시작한 건 2016년,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입사한 후부터였다. 사내 직원들끼리 보내는 메일부터 외부 언론 기자에게 보내는 보도자료 배포까지, 정말 다양하고도 많은 업무 메일을 썼다. 저명한 교수님께 메일을 보낼 때는 안부 인사를 써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부터 시작해, '~요'체를 써야 할지 '~다'체를 써야 할지까지 별의별 고민을 하다보니 별 거 아닌 메일 하나를 쓰는 데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경력이 쌓이면서 메일에 담아야 할 중요 내용이 많아지다보니 여전히 하나의 업무 메일을 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 내 나름대로 업무 메일을 쓰는 요령이 생긴 것 같다.


특히 보도자료를 쓰고 기자들에게 배포했던 경험은 업무 메일을 쓰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됐다.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에는 바쁜 기자들이 복잡한 보도자료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많은 메일로 가득한 메일함 속에서도 우리 보도자료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클릭할 수 있도록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도자료는 그야말로 업무 메일 쓰기의 하드 트레이닝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무 메일을 쓰는 방법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 질문부터 생각해보자. 왜 업무 메일을 잘 써야 하는 걸까?




첫째. 상대방이 내 메일을 읽느라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요즘 친구들과 각자 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면 난관에 봉착할 때가 많다. 나는 금융 회사에서 일을 하는 친구가 쓰는 금융 업계의 전문 용어를 모르고, 친구는 내가 일하는 마케팅 관련 일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로, 그것도 어려우면 손짓 발짓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서로에 대한 배려없이, 네가 이해를 하든 말든 상관없이 전문 용어를 마구 쓰거나 그것이 어떤 뜻인지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우리의 만남은 영원히 bye bye 가 됐을 것이다.


메일도 마찬가지다. 수신자에 대한 배려없이 발신자 의식의 흐름대로 메일을 쓰면 메일을 쓰는 데는 시간이 덜 들어갈지 몰라도, 수신자가 메일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이 소비될 것이다. 어쩌면 수신자는 메일을 읽고도 발신자에게 전화를 해서 다시 처음부터 해당 내용에 대해 물어봐야 하거나 미팅을 소집해야 할지도 모른다.


둘째, 메일을 잘 쓰는 것도 내 업무이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메일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업무 진행 현황 공유, 지난 업무 히스토리 공유, 회의록 공유, 강사 섭외 및 제안, 미팅 요청 및 리마인드, 보도자료 배포 등 거의 모든 일이 메일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 1년차 때는 메일로 줄줄줄 써내려갈 시간에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짧게 설명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갖가지 실무를 진행하다보니 기록되지 않는 '말'은 빨리 휘발되고, 복잡한 업무 관계도를 온전히 전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보통 매우 복잡한 업무 내용일 경우, 먼저 메일로 해당 내용을 정리해서 상대방에게 보낸 후, 대면 미팅에서 보충 설명을 하는 편이다.


또한 실무를 바쁘게 뛰다보면 진행되고 있는 업무를 문서로 정리할 시간이 부족한데, 굳이 새 문서에 정리할 필요없이 상대방에게 쓴 메일을 문서화하면 그것이 곧 업무 진행 현황 보고서의 초안이 되기도 한다. 메일 하나만 잘 써도 업무가 훨씬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메일은 편지가 아니라 업무다. 그것은 글로 나누는 회의이며, 보고서이며, 기획안이기 때문이다. 만약 메일을 읽다가 하루가 다 갔다면 그것은 시간만 잡아먹는 잘못된 회의 방식이며, 엉망진창으로 쓰인 보고서이며, 엉터리 기획안인 것이다. 잘 써야 하는 이유를 늘어놓자면 한도 끝도 없을 테니 이제 업무 메일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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