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쓰다가 하루가 다 갔다

업무 메일 쓰기 ② 어떻게 잘 쓸까

by 유수진

지난 글을 통해 왜 메일을 잘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상대방이 내 메일을 읽다가 하루를 다 보내게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어떻게 메일을 잘 쓸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업무 메일을 쓰기 시작한 초반에 업무 메일 쓰기는 나에게 너무 고된 일이었다. 담아야 할 내용은 너무 크고 복잡한데, 이것을 하나의 메일에 담자니 냉장고에 코끼리를 집어넣는 심정이었다. 특히 보도자료를 쓰고 기자들에게 배포할 때에는 보도자료의 핵심을 메일 본문에 한 번 더 간단명료하게 요약해 넣고, 오탈자는 없는지 수치 데이터는 명확하게 표기되었는지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훨씬 더 많다보니 정말로 메일을 쓰다가 하루가 다 가는 날이 빈번했다.


뿐만 아니라 나는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전체 사업부의 사업 진행 현황 및 고민에 대해 각 사업 담당자들과 논의하고 이를 정리한 내용을 메일로 공유하는 막중한 일을 맡고 있다. 단어 하나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문장 순서에 따라 각 사업 담당자들의 원래 의도와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달될 수 있기에 매우 예민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뭐든 하면 할수록 느는 것처럼 쓰고 또 쓰다보니 나름 노하우가 쌓였고, 이 일을 처음 시작한 작년 12월에 비해 메일을 쓰는 시간이 1/3 수준으로 현저히 줄어들 수 있었다.


메일을 쓰는 목적만큼이나 쓰는 방법도 각양각색이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온갖 메일을 쓰고 받아오면서 '아, 이건 좀 괜찮은 방법인데' 하는 공통적인 내용들을 정리해봤다.




첫째, 중요한 내용부터 적는다.


모든 일에 우선순위가 있듯 메일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적어야 할 내용이 여러 가지가 있다면 중요한 내용부터 적어야 눈에 잘 띈다. 중요한 내용을 식스센스 영화의 반전처럼 마지막에 적는 사람들이 있는데, 수신자의 입장에서는 앞의 내용보다 덜 중요하다고 느끼고 뒤에 적힌 업무에 대한 처리를 나중으로 미뤄둘 수도 있다.


둘째, 하나의 메일에는 세 꼭지 이하의 내용만 담는다.


전달해야 할 내용이 많을 땐 넘버링을 하면 훨씬 보기가 좋다. 그런데 넘버링도 4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잘 읽히지가 않는다. 차라리 메일을 두 개 쓰더라도 관련성이 높은 내용을 세 꼭지씩 묶어서 나누어 보내는 게 낫다. 꼭 하나의 메일에 담아야겠다면 간략한 표로 정리해서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제목에 메일을 쓴 목적을 적는다.


아침에 메일함을 열었을 때 메일이 쌓여있으면 어떤 메일부터 열어보는가? 나는 모든 메일을 수시로 확인하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메일이 쌓이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보통 제목을 보고 가장 급해보이는 메일부터 열어보게 된다. 이를테면 'OOO 업무 관련 요청드립니다' 라고 구체적인 목적이 명시되어 있는 메일을 '안녕하세요, OOO입니다'라는 제목의 메일보다 먼저 오픈하는 것이다. 또한 메일의 목적이 제목에 명시되어 있으면 이미 메일의 목적을 인지하고 메일을 열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이 훨씬 더 잘 이해가 된다.


넷째, 구체적인 말을 사용한다.


애매모호한 말로 시작해 애매모호한 말로 끝나는 메일이 있다. 간단한 예로, '~를 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쯤 예상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면 그런 '부분' 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쯤' 이라는 게 정확히 어느 시점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다. 상대방의 제안에 대해 적당히 거절하기 위해 돌려 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좀 더 구체적으로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정확히 설명하는 게 어렵다면 최소한 '~를 하는 데 ~ 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좋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라든지, '아직 정확한 시기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OO일 이후에 다시 상의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라고 적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이 메일을 읽었을 때 갖게 될 궁금증은 훨씬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다섯째, 파일을 첨부할 경우, 메일 본문에 파일 내용을 요약한다.


파일을 메일로 첨부할 때, 메일 본문에는 '파일 첨부드렸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라고만 적곤 한다. 딱히 틀린 방법이라고 볼 순 없지만, 파일 안의 내용이 방대하다면 메일 본문에 요약 내용을 적어두면 더 좋지 않을까? 세 번째 방법이었던 '제목에 메일을 쓴 목적을 적는다'와 비슷한 맥락으로, 파일을 열어보기 전에 대략적으로 파일 안의 내용을 이해함으로써 이해도를 더 높일 수 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이 수만 가지이듯, 업무 메일을 잘 쓰는 방법도 수만 가지이다. 위 내용이 정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수만 가지의 방법 중 새발의 피와 같은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간에 메일을 잘 써야 하는 목적 즉, '내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대방이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는 목적에 부합하기만 한다면 어떤 방법이라도 좋다.


'유수진 드림' 으로 마치는 메일을 받으시는 모든 분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메일 쓰기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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