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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책으로 배우니?

[나에게 맞는 방법 찾기]

by 유수진

작가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나에게 맞는 방법 찾기]



디자인 툴을 배워볼까 하는데 어떻게 배우는 게 효과적일까 고민하다가 먼저 유튜브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요즘 다들 무언가를 배운다고 하면 유튜브로 빠르게 배우잖아요. 또, 퀄리티 높은 강의 영상들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니까요.


영상이 짧막해서 부담스럽지도 않고 다양한 효과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유튜버의 설명도 친절하고 이것저것 다 좋은데, 구체적으로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뭔가 이 방법은 나와 잘 맞지 않았어요. 자꾸 집중이 흐트러져 쇼핑몰을 둘러보고 있더라고요. 포기할까 하다가 책 한 권을 구입해 한 장 한 장 넘기며 툴을 익혔어요. 그런데 웬걸, 머리에 쏙쏙 박히고 흥미로운 거예요. 한 자리에서 책 절반을 독파할 만큼.


학창시절, 나는 종합학원에 가는 게 싫었습니다. 거의 전교생 모두가 다니는 분위기라 불안해서 억지로 나가긴 했지만 수업을 제대로 들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대신 집에 와서 편한 잠옷 차림으로 혼자 온라인 강의를 열심히 들었어요. 그러니까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는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게 나와 잘 맞는 공부 방법이었던 거예요. 남들따라 학원 갈 시간에 차라리 온라인 강의를 하나 더 들었더라면(서울대에 갔을 거라고 생각만 했지요).


그러니까 글쓰기도 각자 자기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누군가는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며 동기를 얻고, 누군가는 혼자 글을 쓸 때 날개가 돋힌 듯 글을 씁니다. 글을 쓰는 행위는 같아도 방법은 다를 수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꾸준히 부딪쳐보는 거겠죠. 나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만의 몇 가지 방법(조건)을 찾았어요. 작은 소음은 있되 소수 사람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곳은 피할 것, 한 시간 이상 글의 진척이 없으면 글쓰기를 멈출 것, 다른 주제의 글을 번갈아가며 쓸 것 등.


친구들과 "연애를 책으로 배우냐?"는 농담을 하곤 했어요. 무언가를 '틀린' 방법으로 배운다는 뜻으로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심심치않게 나오는 말이었지만 내 마음 한켠에는 그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렸어요. 그게 뭐 어디가 어때서요. 배우고 싶다면, 배울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방법이 나와 잘 맞다면 '틀린' 방법이 아니라 본인에게 '맞는' 방법일 테니. 우리가 결국 같은 것을 지향하면서도 끊임없이 소란스러운 이유도 각자마다 다른 '방법' 때문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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