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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신혼집에 누워 달라진 우리를 생각했다

[다름을 즐기기]

by 유수진

작가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다름을 즐기기]



"밤늦게 너한테 문자 보내려는데 보내도 될지 고민하게 되더라."


친구 진선이가 한 달 전에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한다고 달라질 거 하나 없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결혼 전엔 새벽 2시든 3시든 상관없이 문자를 보냈었는데 이제는 '남편 분이 깨시면 어쩌지?'싶어 휴대폰을 내려놓게 되고, 주말에 약속을 잡으려고 할라치면 양가 가족들과의 모임이 많아져 확실히 전보다 만나기가 어렵게 됐으니까요.


"집안일은 반반씩 나눠서 해? 밥은?”


나도 모르게 질문이 쏟아졌어요. 진선이에게 생긴 변화를 한꺼번에 업데이트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나는 사실 진선이가 결혼한 후, 우리 사이가 멀어지게 될까봐 조금은 걱정스러웠어요. 같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와 비슷한 시기에 취업을 해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우리에게 결혼은 분명, 우리가 경험한 가장 큰 차이였으니까요.


최근에 나처럼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가 결혼한 친구들과의 모임에 갔다가 대화에 공감하기가 어려웠다며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이전에 흔히 하던 연애, 쇼핑, 회사 이야기보다 시댁, 출산, 가족 여행 이야기가 더 뜨거웠던 거죠. 우리의 대화 간격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결혼을 한 쪽은 한 쪽끼리, 결혼을 하지 않은 쪽은 하지 않은 쪽끼리 만남이 형성되고 있었어요. 이런 내 이야기를 듣던 진선이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난 결혼한 부부끼리 모임하는 거 별로 재미없던데."

"왜?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면 할 얘기도 많고 공감되잖아."

"에이, 똑같은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랑 만나는 게 더 재밌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건 한 사람의 세계를 공유하는 일과 같습니다. 나는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편안함을 느끼지만 그게 작가로서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만약 내 친구들이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결혼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체험하고, 생각해볼 일은 없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지금처럼 결혼에 대한 글을 쓸 생각도 하지 못했겠지요.


결혼하기 전, 형제가 셋인 진선이에겐 본인 혼자만의 방이 따로 없었습니다. 혼자 쓸 방을 가져보는 게 소원이라던 진선이는 이제 방이 아니라 집이 생겼어요. 티를 내진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그 집을 채워가는 일이 무척 행복해보여 그녀의 신혼집 거실에 누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앞으로 그녀의 결혼 생활이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해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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