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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Aug 26. 2019

동료의 실수를 전체 회신으로 공유한다면

#13. 동료의 실수를 대하는 자세  

장래희망은 회사원 13편.


<그놈의마케팅>을 쓴 신영웅 저자의 네이버 홍보실 신입사원 시절 에피소드이다. 그는 하루 4번, 실시간 뉴스 모니터링을 해서 보고하는 업무를 맡았다. 자사나 경쟁사 등 관련 업계 뉴스를 전부 읽고 평균 50개 이상의 기사를 스크랩해 대표를 비롯한 모든 임원과 파트장들에게 발송하는 민감한 업무.


그런데 그가 오후 2시 실시간 모니터링 보고서를 발송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상헌 대표로부터 답장이 왔다. 보내준 기사 중에 링크가 열리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고. 다행히 답장은 전체 답장이 아닌 개인에게만 보낸 메일이었다. 시간이 흐른 후 그는 한 독서 모임에서 김상헌 대표를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 생각은 잠깐 했었어요. 전체 회신으로 보낼까, 아니면 개인 회신으로 보낼까 하는 고민 말이죠. 저도 당시 네이버로 옮긴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어떻게 하면 더 좋을지 잠깐 망설였어요. 살짝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만약 전체 회신을 한다면 아직 절 잘 모르는 직원들에게 내가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단 생각을 잠깐 했었어요. 그런데 반대로 그러면 이 어린 친구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시달릴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결국 개인 회신을 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는 잘한 일이라 생각해서 스스로 얼마나 흐뭇했는지."
-<그놈의마케팅>, 97p 중-


나 역시 회사에서 홍보 담당자로서 저자가 경험한 에피소드와 비슷한 일들을 자주 겪었다. 네이버 홍보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험도 여러 번 있어 아주 자잘한 것까지 거듭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남의 실수도 잘 보이는 경지(?)에 다다랐다.


업무 검토를 받는 입장에서 다른 이의 업무를 검토하는 입장이 되고 깨달았다. 검토란 단순히 슥- 훑고 지나가는 수준이 아니라, 두 배 이상의 업무가 더해지는 일이란 것을. 가져온 업무가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왜 잘못됐는지, 어떻게 수정하면 좋을지 피드백을 줘야 하는데,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후배 동료가 "수진님,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는 게 제일 무서울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분명히 내가 피드백을 줬던 부분에서 후배 동료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나는 하나라도 실수 안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서로에게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도 있는 예민한 일인데, 나만 예민하게 구는 것 같아 화가 났다. 차라리 모르는 척 넘겨버릴까, 아니면 전체 회신으로 따끔하게 충격을 줄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결국 개인 메신저 창을 열었다.


"잘못됐다고 말씀 드렸던 부분이 수정이 안됐어요. 마지막으로 다시 부탁드릴게요."

 

나는 왜 전체 회신 대신 개인 메신저 창을 택했을까. 전체 회신을 했다면 누군가는 실수한 동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고, 또 누군가는 나를 고자질하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터였다. 또 누군가는 뜨끔하며 자신도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았는지 점검해봤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실수를 발견한 나의 꼼꼼함을 인정해주었을지도 모른다. 실수를 한 동료는 내 메신저를 읽고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여러모로 개인 메신저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중요도가 높거나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이상 동료의 실수를 발견하면 가급적 개인에게만 살짝 귀띔해주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면 실수를 빨리 수습하기가 더 어려워지니 일의 효율을 위해서라도 개인에게만 회신하는 게 효과적이기도 했다.


같은 실수는 여간해선 두 번 이상 발생하지 않았고, 동료의 실수가 나에게 더 노력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눈감아진 나의 실수 또한 엄청나게 많을 게 분명했다. 우리는 이렇게 때때로 동료 간의 비밀 속에서 조용히, 하지만 더 단단하게 성장해나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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