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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Aug 22. 2019

점심 시간을 기다리시나요, 피하시나요?

#12. 직장인의 점심 시간 활용법  

장래희망은 회사원 12편.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상사의 입맛에 따라 점심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내가 점심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듣고는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같은 팀원들끼리 밥을 먹고, 남은 시간엔 커피를 마시며 마무리하는 게 직장인들의 일반적인 점심 시간이니까. 우리 회사는 점심 시간을 꽤 자유롭고 다양하게 보낼 수 있는 분위기로, 사내에서 진행하는 요가에 참여하거나 지하 식당에서 빠르게 밥을 먹은 후 각자 낮잠을 잤다. 그리고 나는 종종 샌드위치 같은 것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혼자 회사 근처 코인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부장님의 선호에 따라 점심 식사를 하고, 마시고 싶지 않은 아메리카노를 억지로 삼키며 점심 시간을 채울 때는 한 시간이 이토록 긴 시간인지 몰랐다. 샌드위치를 먹는 데 15분, 코인 노래방까지 가는 데 10분, 노래 3곡을 부르는 데 15분을 쓰고도 시간이 남았다. 회사로 돌아와 양치를 하고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핸드크림까지 여유롭게 바르고 나면 방금 출근한 것처럼 상쾌하게 오후를 시작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느 때는 텅 빈 사무실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근처 공원에 나가서 동료와 같이 배드민턴을 치기도 했다. 점심 메뉴를 고르느라, 붐비는 식당에서 차례를 기다리느라 점심 시간의 반 이상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리프레시가 되었다.   


“나는 그런 자유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좀 천천히 먹기라도 했으면 좋겠어. 다들 식사 속도가 너무 빨라서...”


누군가에게 점심 시간은 괴로운 시간이기도 하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도, 상대방이 빠르게 식사를 마친 후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숟가락을 내려놓게 된다. 식사 속도, 선호하는 메뉴 등 각자의 취향대로가 아닌 특정 대상의 취향에 맞춰 매일 점심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피하고 싶은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몇 년 전에 비해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은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는 듯하다. 용기를 내어 ‘오늘 점심은 따로 먹겠습니다’라고 말한 친구네 회사에서도 이제 부장님이 함께 점심을 먹을 사람을 찾기 위해 눈치를 보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또 마음 한 켠이 시큰해졌다. 사실 나 역시 점심 시간을 개인적인 시간으로 활용하면서도, 때로는 늘 같은 팀원들과 점심을 먹던 안정감(?)이 그리울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약속을 잡지 않아도 가족처럼 늘 함께 먹는 정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혼자 먹든, 같이 먹든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이 좀 더 기다려지는 시간이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업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만큼, 어떻게 하면 점심 시간을 더 비업무적으로 쓸 수 있을까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업무 시간은 업무를 하는 시간이지만, 점심 시간은 점심만 먹는 시간이 아니니까. 꽉 막혀있던 업무적 고민을 의외로 점심 시간에 뚫리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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