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수진 Jul 25. 2019

사무실 나가면 고생, 그러나   

#11. 그래도 외부 미팅은 언제나 좋아요

장래희망은 회사원 11편.


홍보·마케팅 일을 하다보니 사무실 밖으로 나갈 일이 꽤 잦은 편이다. 강남 사무실에서 역삼으로, 판교로, 정자로, 인천으로, 수시로 외부 미팅과 행사를 다녔다. 사무실 안에만 있다가 외부에 나갈 때면 솔직히 콧바람을 쐴 수 있어 좋았다. 대표님이나 상사님이 "수진님, 혹시 OO 로 같이 미팅 갈 수 있겠어요?"라고 하시면 마음 속으로 '룰루!'를 외치며 얼른 따라 나섰다.


문제는 '집 나가면 고생'이 '사무실 나가면 고생'에도 적용이 된다는 것이었다. 5분만 밖에 서 있어도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더운 여름날, 브랜드 물품이 가득 든 짐을 들고 인천의 한 중학교에 찾아가 인터뷰 겸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2~3시간 동안의 행사를 마친 후,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학교를 나서는데, 체면이고 뭐고 수돗가로 달려가 등목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또 살 떨리게 추운 겨울에, 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찬바람을 맞으면 피부가 오돌토돌 붉게 올라오는 찬바람 알레르기가 있어 혹시 얼굴이 이상하게 변하지 않았는지, 그런 내 얼굴을 보고 놀라진 않으실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사무실 안에서의 기억보다 사무실 밖에서의 기억이 더 크게 남는다. 사무실 안에서 이메일이나 전화로 사용자 인터뷰를 하는 것보다 카메라를 들고 직접 사용자가 계신 곳으로 찾아가 인터뷰를 하는 것이 훨씬 더 가깝고 생생하니까. '100명', '200명' 숫자로만 보이던 사용자를 실제로 만나 우리 서비스에 대해 깊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더운데 고생이 많으십니다"라며 시원한 음료수를 챙겨주시는 것만으로도 두 시간을 달려 찾아뵌 노곤함과 멀미가 한방에 해소됐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숨막히게 더운 여름, 긴 와이셔츠에 긴 정장 바지를 입고 외부 미팅을 가는 직장인들을 보면 왠지 짠한 마음이 든다. 하늘색 와이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어 진파랑색이 되었고, 뒷목엔 송글송글 땀이 맺히다가 금세 또르르 흘러내린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앞에 계시는 분의 젖은 와이셔츠에 내 미니 선풍기를 잠시 내어드렸다. 방향을 잘못 잡은 척, 얼른 다시 내 쪽으로 돌리고 말았지만 잠시나마 시원한 응원이 되었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점심 시간을 기다리시나요, 피하시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