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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Jul 22. 2019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10. 일이 생기면 부담없이 전화를 걸어도 되나요?   

장래희망은 회사원 10편.


’유퀴즈 온더 블럭'은 유재석씨와 조세호씨가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고 깜짝 퀴즈를 푸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얼마 전 방영된 '정릉편'에서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연히 동료 연예인인 김나영씨의 아들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유재석씨가 김나영씨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이 나왔다. 전화를 하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하던 유재석씨는 전화를 끊으며 임팩트있는 한 마디를 남긴다.


"응, 그래.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입사 후 처음으로 3박 4일 제주도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여행 중 동료가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업무 관련 연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고, 비행기를 타기 직전엔 내가 휴가중인지 모르고 한 기자님이 전화를 거셨다. 두 분 다 매우 미안해하며 얼른 전화를 끊으려고 하셨지만, 인사치레가 아니라 나는 정말로 그 전화가 괜찮았다. 물론 휴가중에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들뜬 기분을 망칠 수 있고, 불필요한 전화가 휴식을 방해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나를 급히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은근히 기분이 좋았고, 오히려 그들이 나를 더 부담없이 찾아주기를 바랐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때가 있다.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움직일 수조차 없을 때,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는 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오프라인 행사를 운영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요청이 쏟아져 들어오곤 하는데, 행사 운영을 총괄하던 나는 손이 모자랄 때마다 나와 함께 일하던 동료 인턴 사원의 이름을 불렀다. 별탈없이 행사가 잘 마무리 되고나면, 텅 빈 행사장에 털썩 주저앉아 내가 얼마나 그녀의 이름을 정신없이 불렀는지 되새겨보게 됐다. 그만큼 그녀가 빠르게 일을 처리해준 덕분이었고,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언제든 자신을 찾아도 된다는 무언의 응원을 준 덕분이었다.


반면 담당자라 하더라도 항상 바쁘다는 뉘앙스를 풍기거나 덜 협조적인 사람에게는 무언가를 요청하기가 부담스럽다. 그런 경우가 쌓이다보면 정말로 그 사람이 필요할 때도 그 사람을 찾지 않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이 없어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대체 방법이 강구됐다. 업무 외 시간에 업무 관련 전화를 받는 일은 분명 달가운 일이 아니지만, 나는 아직까지 이해할 수 있는 상황과 태도라면 전화를 받는 일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어찌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순간에 유수진을 떠올리고 전화를 걸어준 것이 고마울 뿐이다.


누가 봐도 ‘바쁜 사람’일 것 같은 유재석씨의 통화 마지막 한 마디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 그는 후배나 동료들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자신을 부담없이 찾을 수 있도록 평상시에도 습관처럼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 한 마디에 고스란히 느껴진다. 바쁘면 바쁠수록, 커지면 커질수록, 더 쉽게 통화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전화를 끊을 때 무슨 말로 끊어야 할지 애매할 때가 많았는데 좋은 끝맺음 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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