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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Jun 26. 2019

하다못해 흡연자가 될까 싶었다  

#8. 직장인에게 쉬는 시간이란

장래희망은 회사원 8편.


"쉬기 눈치 보여서 화장실에서 볼 일 다 보고도 조금 더 앉아있다가 와."


대학 졸업하고 회사에 갓 들어간 나와 친구들은 회사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한 친구는 창고 정리를 하다가 차가운 창고 구석에 앉아 사람들 눈을 피해 쉰다고 했고, 한 친구는 화장실에 앉아서 잠깐 카톡을 확인하는 게 유일한 쉬는 시간이라고 했다. 직장인에게는 정해진 쉬는 시간이 없었고, 그나마 신입은 쉬는 시간을 만들 재량이 없었다.


우린 농담처럼 "담배라도 피울까?"라고 말했다. 오후가 되면 흡연을 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빌딩 숲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웠다. 흡연자니까 당연해보였고, 그 시간은 존중받아야 마땅한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담배를 피우는 시간만큼은 잠시 사무실에서 나와 멍을 때릴 수도 있고, 같은 흡연자끼리 눈치보지 않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 오죽했으면 그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다.


다행히도 이직 후, 이전보다 훨씬 편안하게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딱히 정해진 쉬는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본인의 업무에 책임을 다하는 조건 안에서, 업무의 효율을 위해 요령껏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였다. 우린 좁은 회의실에서 두 세시간 내내 열띤 미팅을 하다가 훅 떨어진 당을 채우기 위해 잠시 카페에서 달달한 음료를 마셨고, 날씨가 좋은 봄날엔 점심 식사 후 회사 주변을 돌며 산책을 하기도 했다.


너무 늘어지지 않고 업무의 효율을 높여줄 수 있을 만큼 적당히 쉬는 것도 능력이다. 내 옆에서 일을 하던 한 인턴 사원이 입사한 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 하루종일 PC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더니 결국 다음날 체를 해서 응급실에 다녀왔다고 했다. 바람 좀 쐬고 오셔도 된다고 말할 걸, 나도 내 일을 하느라 챙기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집중해야 할 땐 끄집어낼 수 있을 만큼 에너지를 끄집어내고, 쉴 땐 이 짧은 시간을 아낌없이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쉬어야 한다. 그래야 매일 8시간씩 일을 하는 직장인들이 지치지 않고 다음주도, 다음달도, 다음해도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직장인에게는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적당히 쉬는 게 훨씬 더 어려운 미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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