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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Jun 24. 2019

그는 나를 왜 ‘매우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을까

#7. 평가를 대하는 자세

장래희망은 회사원 7편.


입사한 지 약 1년이 흐른 시점, 첫 평가가 이루어졌다.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평가를 받는 것은 처음이었고, 학교에서 시험 성적표를 받는 것과 차원이 다른 긴장감이 흘렀다. 시험 성적이야 내가 공부한 만큼 나오는 것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생활기록부에 적히는 선생님 말씀이야 바른 사람으로 자라라는 덕담일 뿐이지만, 회사에서 받는 평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나는 타인의 평가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보는 나, 남들이 생각하는 나, 남들이 평가하는 나를 끊임없이 신경쓰고 쟀다. ‘80점 정도 면 시험 못봤다는 소리는 안하겠지?’, ‘비비크림이라도 바르고 나가면 완전 못 봐줄 정도는 아니겠지?’하며 나의 목표나 행동 기준을 타인에게 두었다.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평가 결과가 나왔다. 침을 꿀꺽 한 번 삼키고 동료 평가 PDF를 확인했다. 놀랍게도 거의 90% 이상이 긍정적 답변이었다. 1년 동안 크게 잘한 것은 없어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았다. 감사하고 기쁜 마음도 잠시, 몇몇 부정적 답변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매우 그렇지 않다’를 보자마자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혼자 마케팅을 담당하니까 좀 정신이 없었을 수도 있지, 보통이다도 아니고 꼭 매우 그렇지 않다고 평가할 필요가 있을까?’


‘나와 얼마나 협업한 사람이길래 나를 이렇게 평가했을까?’


아무도 듣지 않는 자기 방어로 혼자 전쟁을 치르던 중, 나라면 나를 어떻게 평가했을지 생각해봤다. 그가 나에게 준 ‘매우 그렇지 않다’가 정말 그렇게도 억울하고 비판받을 평가인지. 나는 한참 PDF를 바라보다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타인의 평가를 기반으로 나를 돌아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냉철한 평가였다. 1년 간 나는 어떤 팀원이었는지, 이러한 평가를 받을 만한 업무 성과를 냈는지,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했다. 타인이 나에게 준 ‘매우 그렇지 않다’가 정 이해되지 않으면 나 자신에게 ‘매우 그렇다’를 주면 되고, 타인이 나에게 준 ‘매우 그렇다’가 부끄러우면 나 자신에게 ‘매우 그렇지 않다’를 주면 된다.


그가 나를 왜 그렇게 평가했을까를 생각하기 이전에, 나는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게 먼저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없다면 동료 평가가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의 ‘매우 그렇지 않다’가 유독 따끔하게 느껴진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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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HR, SaaS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9년차 마케터이자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에세이를 2권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 일글레 � 구독 신청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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