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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Sep 23. 2019

이직했다고 하자 대표님은 “잘됐다”라고 하셨다

#2. 우리가 꿈꾸는 최고가 돼 떠나는 길


이렇게 큰 축하를 받아도 되나요?

지난주 드라마앤컴퍼니로 이직했다는 글을 올린 후 엄청난 축하와 생각지 못한 연락을 많이 받았다. 전 직장에서 협업하시던 분이 포털 사이트에 노출된 글을 읽다가 하단에 걸린 내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고, 현재 드라마앤컴퍼니에 계신 분과 같은 직장에서 일했던 중학교 동창과도 연결이 되어 오랜만에 기분 좋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역시 이 세상은 걷고 또 걷다 보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좁디좁은 곳이라는 생각과 함께, 남한테 피해 주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달은 한주였다.


사진을 보고도 내가 맞냐고 묻는다면 사진이 잘못된 거겠지


감사하게도 많은 축하 연락을 받으면서 이직이라는 것이 이렇게 큰 축하를 받을 만한 일이구나, 싶었다. 오랜 시간 정 붙이며 일하던 곳을 떠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선택이 아니기에, 먼저 그 선택을 경험해보신 분들은 축하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격려를 보내주신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이직에 '성공'했으니 이제 불안감은 한시름 내려놓고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엉덩이도 조금 토닥여주며 다시금 안정된 일상에 취해봐도 좋으련만, 웬걸, 나는 여전히 출근하자마자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최고가 돼 떠나는 길


나는 현재 ‘리멤버 커리어'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구직자는 본인의 프로필을 등록하면 기업 인사 담당자나 리쿠르터로부터 채용 제안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인사 담당자나 리쿠르터는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운 고급 경력직 인력에게 컨택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그러니까 이 서비스의 마케팅 담당자로서 내가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직’ 그리고 '커리어'인 것이다.


리멤버 커리어에 오픈해놓은 내 프로필 화면


이제 막 이직한 내가 경험한 이직 프로세스는 꽤 기나길었다. 채용 정보를 탐색하고, 회사 정보를 검색하고, 지원서를 쓰고, 검토 기간 동안 기다리고, 연락을 받고, 1차 면접 일정을 잡고, 1차 면접을 치르고, 2차 면접 일정을 잡고, 2차 면접을 치른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면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 훌쩍 흐른다. 실제로 한 회사에서는 최종 면접까지 치른 후에도 나에게 추가적으로 커피챗을 요청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었으나 만약 직장에 다니는 상태였다면 솔직히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판을 뒤집어서, 내가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로부터 제안을 받는다면 어떨까? 누군가는 오디션을 직접 찾아다니며 100번 이상 낙방한 후에 배우가 되지만, 또 누군가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캐스팅이 되어 배우가 되기도 하지 않던가. 전자가 당장 이직하고 싶은 적극적 구직자라면, 후자는 당장 이직 생각은 없지만 좋은 제안을 받는다면 생각할 여지를 가져볼 잠재적 구직자에 가깝다. 현재 리멤버 커리어에 프로필을 등록한 약 30만 명 이상이 후자에 속한다.


보통 5년 차에 접어든 내 친구들 대부분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 당장 구체적인 이직 계획이 있거나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안주 삼아 말하는 '이직'이라는 이 두 글자에는 단순히 회사를 옮기는 개념을 넘어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조금 쑥스러운 '성장', '꿈', '도전', '성취' 같은 것들이 함께 섞여있다. 어쩌면, 어느 배달앱 대표가 직원들에게 말하는 "평생직장은 없다. 최고가 돼 떠나라"는 말이 우리가 꿈꾸는 '이직'의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드라마앤컴퍼니로 이직하고 얼마 후 전 직장의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다. 대표님은 “정말 잘됐다”며 “굿굿”이라고 하셨다. 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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