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수진 Sep 30. 2019

우리 회사 오니까 어때요? 라는 질문에 나의 대답은

#3. 새로운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며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어떤 메뉴 좋아하세요?
못 드시는 음식 있어요?


드라마앤컴퍼니에는 '친밥' 문화가 있다. 매주 랜덤 추첨으로 짝꿍을 지정해 같이 점심을 먹기도 하고, 새로 입사한 사람은 다른 부서의 동료들과도 같이 점심을 먹으며 두루두루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우리 팀장님은 직접 나의 친밥 리스트를 짜서 보내주셨다. 다양한 부서에서 오래 일하신 분들과 같이 밥을 먹으며 회사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특히 약 5년간 일한 분께 리멤버 서비스의 역사를 들으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우리는 한 시간 내내 연애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회사에서 점심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꽤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일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약간은 긴장을 풀어놓을 수 있는 휴식 시간. 서로의 음식 취향을 물으며 그 취향에 담긴 자초지종을 통해 서로를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는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 메뉴를 정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분들이 "수진님은 보통 뭐 좋아하세요? 못 드시는 거 있어요?"라고 물어보셨다. 


까다롭게 보이기 싫지만 못 먹는 음식이 여럿 있다. 죄송스럽게도 한 분은 가장 먼저 순댓국을 제안하시길래 못 먹는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럼 육회비빔밥~?"이라고 하셨다. 날것도 잘 못 먹는지라 거절하고 우동을 먹으러 갔다. 대신 우동은 누구에게도 거리낌 없이 좋은 음식이었다. 뜨끈한 우동 국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업무적 고민부터 개인의 소소한 고민까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게 됐다. 요즘 취미가 없어서 고민이에요~ 하고 랩을 하듯 정신없이 떠들고 나니 어느덧 시계는 두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 회사 오시니까 어떠세요?

   

친밥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우리 회사 오시니까 어떠세요?"였다. 어떤 메뉴를 좋아하는가와 같은 의례적인 질문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질문 앞에서 늘 주춤했다.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특별히 다른 점은 없는 것 같고, 어떻게 똑같기만 하겠는가 라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모든 것이 달라 보인다. 이전 회사에 비해 남자 직원의 비율이 크다는 것도 처음엔 큰 차이처럼 느껴졌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 그것도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졌다.


"우리 회사 오시니까 어떠세요?"라는 질문은 새로운 시선에서만 보이는 특징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몇 년 이상 한 회사 안에 있다 보면 익숙해져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새로 입사한 사람의 눈에는 모든 것이 특별해 보일 테니까. 내가 느낀 가장 큰 특징은 '공유'였다. 우리 회사는 '슬랙'으로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는다. 각 팀 안에서 뿐만 아니라 전사적으로 슬랙을 이용해 각 팀의 업무 상황을 공유하고 리액션을 한다. 또한 매주 월요일마다 전 직원이 한 자리에 모여 '월드톡(월요일,드라마인들의,톡)'을 통해 얼굴을 마주 보고 한 주간의 이슈를 발표한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이런 것까지 공유해도 되나 싶고, 괜히 불필요한 정보까지 나누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기 때문이다. 대표님은 슬랙에서 직원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아이디어를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방을 개설하셨다. 그 방의 이름은 #그냥_아이디어나_뉴스나 이다. '그냥'이라는 말을 붙였을 뿐인데 정말 아무거나 올려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제로 이 방에서는 특별한 주제 없이 모두가 본인의 생각이나 다양한 정보를 올리고 있다.


입사 후 개발, 디자인, 기획, 경영지원, 인사, 데이터팀 등 다양한 부서의 동료 분들과 같이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한 동료 분이 말씀하셨다.


수진님을 오래 보진 않았지만, 에너지가 넘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 같아요."


약 30년 동안 유수진으로 살아오면서 잊고 있었던 나의 특징을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봐주심에 감사했다.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서로의 좋은 특징을 발견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한솥밥을 먹는다는 것은 결국 그런 일인지도.


매거진의 이전글 이직했다고 하자 대표님은 “잘됐다”라고 하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