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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Oct 08. 2019

늘 그렇듯 문제는 ‘잘’이다

#4. 이메일 대량 발송하기


늘 그렇듯 문제는 '잘'이다

이메일을 많이 써봤다고 자부했다. 하루의 시작도, 끝도 메일일 정도로 보도자료를 비롯한 사내외 커뮤니케이션이 상당수 메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직한 이곳에서의 첫 임무 역시 메일 작성이었다. 나름의 경험으로 쓰면 되지 않겠나 생각하려는 찰나, 잠깐, 발송 대상수가 완전히 달랐다. 만 단위다.


내가 마케팅하고 있는 '리멤버 커리어'에는 매주 만 단위의 사람들이 프로필을 등록하고 있다. 그러면 기업 인사 담당자나 헤드헌터가 그들의 프로필을 검토하고 그에 맞는 포지션(채용)을 제안하게 된다. 아무래도 리쿠르터의 입장에서는 프로필의 완성도가 높을수록 더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프로필 등록자에게 더 많은 프로필 항목(연차, 직무, 경력 등)을 기입하기를 권유하고 있다. 즉, 내가 발송할 메일의 목적은 이 내용을 메일에 '잘' 안내하는 것이다. 늘 그렇듯 문제는 '잘'이다.


이메일 마케팅 서비스, '메일침프'를 이용해 메일을 발송한다.



바빠도 읽게 만드는,
끝까지 읽었을 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나는 '디독', '모비데이즈' 등 다양한 서비스의 이메일 및 뉴스레터를 수신하고 있다. 2년 전쯤까지만 해도 '누가 요즘 이메일을 읽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다시금 이메일을 활용한 마케팅이 뜨거워졌다. 더 이상 긴 호흡의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디자인, 책, 마케팅, IT 등 다양한 분야의 뉴스레터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메일 마케팅 툴 '스티비'에서 2018년 국내 이메일 마케팅의 현황 및 인식을 분석한 결과, 기업의 93.1%가 이메일 마케팅을 하거나 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그만큼 소비되지 않는 이메일도 많다는 뜻이다. 보통 이메일의 오픈율은 10~20%, 클릭률은 1~3% 정도라고 하니 그다지 높은 수치는 아닌 듯하다. 나 역시 여유가 있을 땐 머리도 식힐 겸 가볍게 클릭해보기도 하지만, 사실 대부분 나중으로 미루며 스킵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메일을 '잘' 쓴다는 것은 결국 바빠도 읽게 만드는, 끝까지 읽었을 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메일을 쓰는 것 아닐까.  


간결하되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메일을 잘 쓰고 싶었고, 매주 목적에 따라 다른 글을 썼다. 오랫동안 기자로 활동하신 팀장님께 초안을 보내드리자 한층 더 목적에 맞는 글로 매만져주셨다. 팀장님은 내가 쓴 문장 중 복문(두 개 이상의 절로 된 문장)을 고치려고도 해봤지만 굳이 고칠 필요가 없는 것 같다며 그대로 놔두셨다. 오케이, 우리는 온점을 찍고 발송버튼을 눌렀다.


다음 날, 공식 메일로 답장이 도착했다. 문의사항이 아닌, 서비스와 안내 메일에 대한 칭찬이 적혀 있었다. 모든 일은 늘 그렇듯 '잘'이 문제고, 도대체 어느 정도가 '잘'이냐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답장은 오픈율이나 클릭률의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이 ‘정성’스러운 것이지만, 앞으로 ‘잘’에 더 가까워지라는 명확한 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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