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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Oct 15. 2019

한 주 동안 열 번의 미팅을 했다

#5. 미팅은 횟수의 문제가 아니다

열 번의 미팅
많은 걸까, 적은 걸까

지난주, 나는 회사에서 약 열 번의 미팅을 했다. 마케팅팀 데일리 미팅부터 TF팀 회고 미팅, 목요일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Data intelligence팀이 주최하는 데이터 분석 관련 미팅, 월요일마다 전 직원이 함께 모여 중요 사항을 공유하는 월드톡, 정기 미팅은 아니지만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듣는 타운홀 미팅까지 완전히 다른 목적과 다양한 조합으로 각 미팅에 참여했다. 굳이 회의실을 잡고 이야기할 정도가 아니면 스툴을 끌고 상대방의 자리로 찾아가기도 하고, 바로 옆이나 뒤에 있는 동료와는 언제든 말을 꺼내는 순간부터가 미팅이니, 모두 포함하면 열 번도 훨씬 넘겠다.


언젠가 A는 미팅이 너무 많아서 정작 일을 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쳐내야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 굳이 미팅을 길게 끌 필요가 있냐고 했다. 또 B는 미팅이 부족해서 고민이라고 했다. 아이디어라는 것이 어제 먹은 치킨 얘기를 하다 나오기도 하는 것인데, 일주일에 한 번 각 잡고 앉아서 만나는 게 전부이니 B급 아이디어나 소소한 의견을 내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즉 미팅은 많아도 문제, 적어도 문제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횟수의 문제가 아닌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닐는지. 


사실 위에서 말한 A와 B는 모두 나다. 하루는 미팅이 많아서 힘들었고 다른 하루는 미팅이 부족해서 고민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들과 수많은 미팅을 경험하면서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 목적과 자세의 문제라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된 것 같다. 내가 속해있는 마케팅팀은 매일 오전마다 데일리 미팅을 한다. 안건이 많은 날엔 한 시간 넘게도 진행하고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메신저로 중요 사항만 공유한다. 목적만 해결되면 약속한 1번의 미팅이 0번이 될 수도 있는, 불변의 법칙 따위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든 팀원이 동일하게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앤컴퍼니 타운홀 미팅 191010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DI미팅을 좋아한다. 지금껏 많이 보지 못했던 데이터들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좋고, 가볍게 점심을 먹으면서 참여할 수 있는 점도 좋고, 매주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점도 좋다. 처음엔 점심시간에까지 학구열을 불태우는 동료들의 뒤에서 목구멍으로 밥을 넘기는 것도 벅찼지만, 한 주 한 주 시간이 흐를수록 귀로 들려오는 것들이 하나씩 늘고 있다. 죽어도 안 들리던 영어 단어가 귀에 쏘옥 꽂히는 기분이랄까.


타운홀 미팅은 처음으로 참여해본 미팅이었다. 대부분 대표님이 앞에서 발표를 하시는 형태였지만, 미리 직원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받아서 답변해주셨고, 회사의 주요 사업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질문은 익명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대표님 얼굴을 마주 보고 할 수 없었던 질문이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직한 익명이 가장 투명한 결말이 되기도 한다.


미팅은 횟수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안 들리던 것이 들리기 시작하고, 평소 말하기 어렵던 것도 눈치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미팅이라면 하루에 열 번도 부족하다. 아마도 모든 ‘만남’이 그렇겠지. 오늘은 두 건의 미팅이 잡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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